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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Jan 09. 2022

409 과학은 장비빨이지

외계인을 고문한 현대 과학 장비

앞에서 이론 물리학자들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다고 실험 물리학자들은 천대받고 있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닙니다.




최근까지 살아계셨던 금세기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의 호킹 복사, 빅뱅에 대한 이론은 거의 사실로 받아지고 있으나 실험적 검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 역시 당시 기술로 검증이 어려운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지 못하고 광전효과로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노벨 물리학상은 대체 누가 받는 걸까요? 어마어마한 장비를 가지고 검증을 한 집단이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jchaos0709/250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중력파를 검출한 LIGO의 대략적인 구조 도입니다. 레이저를 양쪽 팔(Detector Arm)으로 쏘는데, 팔의 길이가 4 km 정도라고 합니다.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빛은 정확히 같은 거리를 가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시간에 반사되어 돌아오지만 중력파가 지나가는 순간 도달하는 시간의 차이가 생깁니다. 이 차이는 정말로 작기 때문에 실제로 빛을 400번 반사시킨 시간 차이를 잽니다. 즉, 1,600 km를 이동했을 때의 차이를 쟤는 셈이죠. 이 장치의 정밀도는 무려 양성자 크기의 천분의 1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스케일을 실감 나게 설명하자면 태양계 사이에 있는 바이러스 하나를 검출하는 정도의 정밀도라고 합니다.


이게 가능한가 싶습니다. 일단 정밀도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쳐도, 생기는 수많은 노이즈를 정말 걸러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저 정도 정밀도 장비는 멀리 지나가는 차의 진동에도 영향을 받을 테니 말입니다. 실제로 파도가 쳐도 노이즈가 생겨 보정을 한다고 합니다. 말로만 들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정말 외계인을 고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비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빛의 속도에 도달하게 만들어 우주여행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자 단위의 물질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킬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신의 입자를 찾았다며 기사가 뜬 걸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기사를 클릭하고 들어가 보면 기자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이상한 용어가 쓰여 있었죠. 이 이름을 처음 사용한 저자는 원래 짜증 나서 Gaddemn Particle이라 부르려 했는데 출판사 쪽에서 수정하여 신의 입자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힉스 보손은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LHC라는 장비에서 검증되었습니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에서 만든 LHC는 입자 가속기인데, 크기가 둘레 27 km나 됩니다. 또한 지하 175 m 지점에 묻혀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으며, 그 정말도 역시 LIGO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 장치는 입자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주어 속도를 올리는 장치인데, 영하 271도씨의 온도를 유지하며 양성자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부여하여 광속의 99.9999991%의 속도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거대하고 말도 안 되는 정밀도를 가진 장비를 만드는 것일까요?




과학계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는 노벨상은 이런 장비를 이용하여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연구 재단이 발행한 연구장비가 노벨 과학상 수상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전체 노벨 과학상 348건 중 27건(8.2%)이 연구장비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점점 좋은 장비가 개발된 최근으로 올수록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죠. CERN의 경우 총 10명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LIGO의 경우 건설 비용이 3~4천억 원이 들었고, LHC는 다국적 물리학자들이 모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략 10조의 비용을 들여지었습니다. 규모로 볼 때 토목공사 비중이 높았을 것 같네요. 유지비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4대 강은?


물론 단순하게 장비에 투자하면 노벨상을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 장비들은 허가하에 다른 국가의 과학자들도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 과학자들도 얼마든지 장비를 이용하여 노벨상을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런 장비를 만들고 운용하면서 생기는 기술력과 Database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형 로켓을 쏘려고 많은 돈을 들이는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 다 쏜걸 지금에서야 하는 것도 이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로켓을 만들며 쌓이는 노하우와 Data는 해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정교하게 딱 떨어져서 과학적으로 진행할 것 같은 로켓 제작 프로젝트도 실상을 보면 많은 시행착오와 예상치 못한 사소한 실수를 거치면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하우와 Data를 보유한 국가는 기초 과학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이는 간접적으로 많은 실용적인 기술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장비의 발전이 전부는 아닙니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책 "최종 이론의 꿈"의 프롤로그에는 1890년대까지의 분위기가 적혀 있습니다. 당시에 과학자들은 진리에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으며, 어떤 저명한 물리학자는 앞으로 물리학의 진실들은 소수점 여섯 자리에서 발견될 것이라고 언급을 했다고 합니다. 측정 장비만 더 발달되면 모든 진리가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한 시대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깨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관측 장비의 발달이 지금까지는 현대 과학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점점 더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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