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 대 꼰대 시대
SNL Korea*를 비롯하여 소위 직장 내 MZ 세대를 패러디하는 내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도 MZ에 들어갈 정도로 넓은 범위를 묶은 이 카테고리가 이상하긴 하지만, 기성세대와 다른 요즘 세대의 생각을 여러 가지 측면으로 정의하고 분석하기 위한 분류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너무 조롱조로 가는 경우도 있으며, 때때로 요즘 세대도 공감 못할 정도로 과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SNL Korea 정도의 패러디 개그는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다큐로 받아들여 문제 삼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추세를 더 체계적으로 분석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를 오피스 빅뱅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였습니다. 요즘 세대들 조용한 사직, 강압적인 회식에 반대 등 달라진 업무 태도와 가치관을 다루고 있으며, 이들을 잘 이끄는 방법으로 개인의 성장을 독려하는 문화를 통하여 회사의 성장을 이루는 것을 제시하였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과거 당연하게 여긴 것들에 의문을 제시하는 모습이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표현을 못했을 뿐이지 자신이 하는 업무의 의미를 알고 싶고,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더라도 큰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로 인한 갈등에도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분류를 해보면 기존의 관례에 의문을 가지는 행위와 따르지 않는 행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회사에서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하면 안 되는지", "출근시간 최소 5분 전에 왜 도착해 있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은 기성세대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기존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표현하지 못하던 것들입니다. 새로운 새대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라떼를 떠올리며 당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기회에 있던 관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논의하여 바꿀 것은 바꾸는 것은 건전한 기업 문화를 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기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이익을 위해 모인 회사라는 조직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을 불가능하지만, 과거에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던 의문을 검토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제도로 바꾸어나가다 보면 사람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애사심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짜고짜 회사에서 근무 시간 중에 이어폰을 끼고, 출근시간에 딱 맞춰 허겁지겁 오는 행위는 분명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설사 회사의 기존 관례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일단 기존에 있는 제도는 존중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인의 위치와 시야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꼭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상사는 제기된 불만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여 제도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회사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에 대해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상사가 막무가내로 이의제기를 무시하거나, 아랫사람이 회사가 가지고 있던 관례를 무시하며 막무가내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는 두 모습 모두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모습 모두 자유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특히 약자가 강자에게 서슴없이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감정싸움이 아닌 서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건전한 토론을 통한 문화는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회사에서 윗사람의 말에 반대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공을 들여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해야 하는 상황을 많이 겪기도 했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말에 반대 의견을 내면 기분이 나쁠 수 있으며, 건전한 토론을 위한 첫 번째 자세로는 자신에 반대하는 말을 일단 받아들이는 것부터입니다. 이러한 문화가 가장 잘 적용되고 있는 분야에서 좋은 힌트와 방침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 분야는 바로 과학 분야입니다.
* SNL Korea : Saturday Night Live Korea, tvN에서 첫 방영을 한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미국 NBC에서 40년간 방영하고 있는 Saturday Night Live(이하 SNL)의 포맷 라이선스를 받아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