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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의 기준이 내가 될 수는 없습니다

517 Advanced Democratic

by 평범한 직장인
조선일보 발췌

아폴로 달착륙 음모론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끌렸습니다.

"그래, 달에 무슨 바람이 분다고 깃발이 흔들리는 거지? 왜 우주에 별은 하나도 안 보이는 거야. 1969년이면 컴퓨터는커녕 TV도 보기 힘든 시대인데 달에 간 건 너무 오버 아니야? 달에 간 지 50년이 지났으면 지금쯤 달 여행이 일반화되어야 정상 같은데..."

이런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정상 이론인 달착륙이 사실이라는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간 NASA에서 이런 이의제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음모론만으로 치부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NASA는 50년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공격을 다 받아 쳐내고 있었습니다.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논리는 모두 논파를 당했지만 아직도 계속해서 음모론을 믿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학 지식이 부족하여 이해 자체를 못하거나 확증 편향을 가지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달착륙 음모론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저도 믿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일단 현재까지의 내용을 학습해야 하겠죠. 학습을 하다 보니 그동안 상당히 많은 토론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반론을 아직까지 저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습을 하다 보니 몰랐던 모선의 존재와 같은 새롭고 재미있는 지식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50년간이나 방어를 하여 탄탄해진 내용 앞에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반론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생각할 수 있는 반론이 있다면 토론에 참여할 자격이 생길 것입니다.




한국일보 발췌

달착륙 음모론은 비교적 확실한 과학의 영역이었으니, 이번에는 훨씬 더 애매하고 복잡한 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촉법소년 문제는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고 드라마까지 만들어진 적이 있습니다. 14세 미만의 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감형을 정의한 법인데, 대부분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보고 분노하며 당장 폐지해야 할 법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촉법소년에 관한 법이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단지 몇몇의 사례를 보고 분노를 하여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저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고 하여 법을 바꾸어버리면 그것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거나 희생을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제정된 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며, 그 이해를 따져보며 보완을 하여야 더욱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법이 제정될 것인데 무조건 폐지를 외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계속해서 다른 방향의 문제가 발생하다 누더기 같은 법만 양산될 것입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분노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개선에 내는 의견은 냉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가치 판단의 이슈는 과학과 같이 완전한 반박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촉법소년 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가 있고 나서 토론에 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정론 또는 가치를 인정하고 아는 상태에서 토론 진행이 가능할 뿐, 그렇지 않으면 선동과 몰이가 될 뿐입니다. 또한 이런 준비된 토론자가 제기하는 의문에 헌법기관은 명확하게 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을 모두에게 공개가 되어야 하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해당 이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의 신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보 공유의 한계로 이런 과정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한 시대입니다. 이미 기술은 갖추어져 있고 문화를 만들어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정치적인 이슈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투표권이 있다는 것으로 민주주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정치적 이슈는 논리를 펴는 정치인의 사생활을 털어 그 사람 자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주장을 약하게 만들거나,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한 후 각종 매체를 동원해 이슈몰이를 하여 수습을 하는 등 각종 기만과 속임수가 난무하게 되며, 이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며 정신건강을 악화시킵니다. 정치적 아젠다에 대해 여당 정치인이 기준 및 논거를 정하고 야당 및 수많은 국민들이 이를 학습하여 반박하고, 여당 정치인은 방어를 해내는 방식으로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시스템화시키게 되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슈몰이에서 벗어난 진정한 민주주의로 한 발짝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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