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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살 일기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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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Jul 13. 2024

인과 관계와 상관관계

과학과 종교

울고 있는 갓 태어난 아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난생처음 보는 빛을 받으며, 거대한 존재들이 자신을 들고 왔다 갔다 하니 말이다. 아니, 아기는 눈도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니 두려움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실 엄마, 아빠를 본들 누군지 알리가 없다. 온통 낯선 세상은 아마도 공포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큰 공포는 인과관계를 생각할 수 없는데서 느껴지는 공포가 아닐까 싶다. 관찰을 해보면 분명 아기는 인과 관계를 모른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서 밥을 주는지, 어떤 행동을 해서 기저귀를 갈아주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자신이 움직이다가 머리를 박아도 왜 아픈지 모르고 단지 아파서 울 뿐이다. 인과관계는 모르면 모를수록 불안하다. 불안한 하기는 배가 고프거나 불편하면 울 수밖에 없다. 부모는 그 신호 하나만을 보고 열심히 아기가 겪고 있는 불안을 해소해 주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루틴이 이어지고, 환경에도 익숙해지면 아기는 서서히 인과관계를 알아가게 된다. 아니, 사실 인과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관관계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울면 밥을 주는 건 인과 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일 뿐이다. 때때로 크게 울고 있음에도 밥을 안 주거나 늦게 주게 되면 아기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늘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은 아기에게 어려움을 만들고, 어쩌면 이런 다양한 상황이 생각을 하게 만들고, 성장을 하게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따지고 보면 어른이 되어도 인과 관계를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다. 지금과 같은 안정된 사회에서도 불안한데, 전쟁 시기나 혼란한 시기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불안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종교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믿을만한 것이 필요하다. 나의 미래가 신의 뜻에 따라 정해져 있다 하면 마음이 편하다. 어느 정도의 고난도 견딜 수 있다. 고난을 피하기 위해 기도를 한다. 나는 신앙이 있지만 기도로 인해 내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고 본다. 잘못된 상관관계다. 사실, 세상이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기도는 그냥 신앙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요새는 종교보다 더 믿을만한 것이 생겼다. 과학이다. 신앙이 있는 사람도 과학을 어느 정도 믿을 수밖에 없다. 믿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세상이다. 과학을 믿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리라 안심할 수 없다. 길거리의 차들이 차주의 생각과 다르게 갑자기 나에게 돌진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은 과학을 믿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보면 과학 역시 신앙이다. 우린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주위에 모든 문명의 이기가 잘 작동하리라 믿고 사용한다. 대부분 조금의 의심도 없이 사용한다. 고전 역학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임에도 사람들이 과학을 신뢰하는 것을 보면, 과학은 분명 요즘 가장 강력한 신앙이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도 여전히 종교는 존재한다. 아니, 상당히 거대하다. 뿐만 아니다. 각종 사이비로 분류되는 신앙도 여전히 득세를 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이상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루머로 떠들썩한 적이 있을 정도다. 사실 과학을 믿음으로써 많은 불안함이 해소되지만, 모든 것을 완전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비행기가 뜨는 원리나 스케이트가 얼음 위에서 나갈 수 있는 원리도 아직 규명하지 못한 과학의 불완전성은 차치하고, 일단 과학은 나의 미래를 알려주지 않는다. 불안함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나의 매일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지만, 절대로 내일 일어날 일을 100프로 예측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가 훨씬 다이내믹한 정치권이나 연예계에 있는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 것도 이해가 된다.




너무나 약해 보였던 아기는 점점 성장하면서 강해지고, 상관관계와 인과 관계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세상에 대한 불안함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안한 존재이지만, 이 아이가 불안함에 빠지지 않고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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