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여기는 니노미아 아미. 들리나요? 지금은 8월 25일 금요일 오후 9시 25분 31초, 32초, 33..., 기온 28도, 맑음. 미풍..., 듣고 있나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여기는 니노미아 아미. 야마토 케이스께, 응답하라. 오버!
지금도 이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개인적으로 러프를 최고의 만화 중 하나로 꼽는 이유는 바로 이 최고의 엔딩 때문입니다. 제가 읽은 어떤 작품의 엔딩도 이 만화만큼 긴 여운과 설렘을 남기지는 못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냥 보면 평범한 고백 같지만 처음부터 쭉 스토리를 봐왔다면 단 두 페이지에 그간의 모든 것이 집약된 최고의 연출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남주/여주 모음. 어느 작품 인물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러프의 작가 아다치 미츠루는 작품마다 줄거리나 캐릭터는 다르지만 다 똑같아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때문에 사실 지금 드문드문 생각나는 장면들이 러프에 나왔는지, H2에 나왔는지, 아니면 다른 작품에 나왔는지 헷갈립니다. 이토록 심하게 자기 복제를 하며 만화를 그리지만, 또 볼 때마다 재미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아련함과 그리움입니다. 마치 나에게도 어릴 때 옆집에 살던 그냥 여사친이 나중에 눈부신 미녀가 되어 나타날 것 같은, 아니 없던 추억도 만들어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였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역시나 오마주가 있었다고 합니다. 러프의 엔딩 대사에 나온 "응답하라. 오버!"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말도 있네요.
어린 시절에는 자극적인 음식이 무조건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탕, 초콜릿, 과자를 많이 못 먹게 하는 엄마가 미웠고, 매일 먹는 밥과 반찬을 먹고 싶어 달려들지는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심심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사실 몇입 먹으면 질릴 뿐만 아니라 몸을 생각해서 자제하게 됩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심심하지만 깊은 맛의 음식처럼 거의 자극적인 장면도 없지만 잊고 있다 다시 봐도 재미있고 많은 여운을 줍니다. 물론 작가는 일본 만화 작가 특유의 변태스러움을 역시나 가지고 있어서 나름 서비스 컷을 많이 넣기는 하지만 그다지 주목할 정도가 아닙니다.
추억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축학 개론을 보고 많은 남자들이 첫사랑을 떠올리고, 무한도전 토토가는 지금은 결혼을 한, 수많은 소녀팬들을 콘서트장으로 이끌었습니다. 응답하라의 시청률은 모두 추억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추억, 특히 10대, 20대 때의 추억은 평생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내가 겪은 추억은 아니지만 기억 조작을 하는 마냥 아련함을 느끼게 해 주고, 이것이 그 만화를 명작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라때 콘텐츠를 처음 쓰기로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콘텐츠가 바로 이 러프였습니다.
10대, 20대 때의 추억이 강력한 것은 제목처럼 거칠고 미완성돼있는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니노미아 아미가 고백을 했지만, 주인공은 듣지 못한 채 시합에 들어가게 되었고, 시합의 결과는 알려주지 않은 채로 끝맺음을 했습니다. 누가 물에 빠진 니노미아 아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는 채 마치 청춘처럼 미완성된 상태로 만화는 끝나게 됩니다. 여기에 나의 미완성됬었던 청춘을 투영해봅니다. 몇 번이고 오는 뜨거운 계절을 겪던.
H2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라 H2 컷으로 영상이 꾸며졌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러프와 느낌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