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May 28. 2023

쿠팡은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

쿠팡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은 로켓배송으로,

희귀한 상품은 오픈마켓으로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아마존의 'the everything store'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는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준비됩니다. 고객들이 검색하는 Data를 바탕으로 어떤 상품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수량은 얼마나 준비할지? 언제 준비할지?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준비합니다. 


 이렇게 계획적인 쿠팡이지만 역설적으로 쿠팡에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업계획'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상당수의 회사들은 분기(Quarterly) 또는 연(yearly)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쿠팡은 일(Daily) 또는 주(weekly) 단위의 예상을 하고 Review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획(Plan)을 세우는 것이 아니고, 예상(Forecast)을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건설회사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습니다. 매년 연말에 사업계획이 작성되면 다음 연도의 건설사업 수주목표가 공사별로 금액 단위까지 매우 세분화해서 나오고, 실제로도 해당 금액으로 수주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년 x월에 xx공사를 xxx 억 원에 수주할 계획입니다.'라고 사업계획이 세워지면 실제로도 그 가격에 공사가 수주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건설회사가 존재하고, 서로 경쟁입찰 방식(=보통 최저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으로 수주업체가 정해지는데, 어떻게 영업부서는 다음 연도 수주액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이 부분은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당시 저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수치를 목표로 삼고, 이를 100% 달성했는지? 여부를 목표달성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도전과 실패는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달성가능한 수준을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쿠팡은 도전을 합니다. 기존에 없었던 프로세스를 시도해 봅니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쿠팡은 도전의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되려 시행착오 속에서 교훈을 얻고, 도전과 실패를 장려합니다. 쿠팡의 이와 같은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는 쿠팡이 거대한 조직으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창의성은 도전하고, 실수하고,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어보며, 다시 추슬러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아시아는 서구보다 규율이 강한 사회이고,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것은 창의성을 방해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고, 늘 새로운 실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혼창통 _ 이지훈 지음 _ 쌤앤파커스 출판사 -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공사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해에 계획한 예산을 다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세금 낭비적인 공사들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연말이 다가올 수록 백화점과 같은 곳에서는 세일을 많이 합니다.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라도 손익은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할인을 하는 것은 고객 경험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각 조직별로 사업계획에 따른 매출을 달성해야 지점장, 본부장 같은 조직장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조직의 목표가 고객이 아닌, 조직 내부의 조직장의 평가와 승진에 있습니다. 이런 조직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은 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쿠팡은 이와 반대로 Bottom-up 의사결정을 합니다. 상품 1개를 배송하는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하면 0.1원도 줄일 수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상품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각 조직별로 개선된 수치들이 모여서 쿠팡이라는 큰 조직의 성과가 만들어집니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비용과 시간과 같은 정량적인 수치만을 고려할 뿐이고, 상사의 지시와 같은 정성적인 사항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쿠팡은 달성가능한 계획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장려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계획을 세우고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보다 나은 고객경험에만 집중합니다. 매출과 손익이 목표가 아니라, 더 나은 고객경험만이 지향점입니다. 최고의 실적은 오로지 고객에게만 집중하였기 때문에 나온 결과입니다. 

 

 쿠팡은 계획하지 않고, 예상하고 그에 맞춰 실행했기 때문에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의 경쟁력은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의 쿠팡 파이낸스(Finance) 조직은 재무회계, 자금, 세무, 내부통제팀과 별도로 FP&A팀을 두고 있다. 애초 'CFO 직속'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던 팀이다. (중략) CFO를 포함한 쿠팡 경영진이 재무적 타킷에 다다를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간단히 말하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향성까지 내놓는 역할이다. 
- '흑자 전환' 쿠팡에 'FP&A' 조직이 중요한 이유(고진영 기자) _ the bell (2023.02.27) 기사 내용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