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
쿠팡에서 함께 일한 동료 중에 정말 업무성과가 훌륭한 직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그 동료가 나서면 어떤 이슈라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료는 항상 좋은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동료는 우리가 흔히 쿠팡맨(쿠팡친구)으로 알고 있는 배송직군으로 쿠팡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생활하며 캠프 관리자가 되었고, 이후에는 지역총괄 책임자까지 되었습니다. 그 동료는 나중에 본사의 요직으로 이동하여 더욱 큰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해당 동료 외에도 현장직군으로 쿠팡에 입사하여, 관리자가 되고 본사의 요직에 근무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후 그 동료와 저녁 술자리에서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본인은 대학교를 중퇴한, 즉 고졸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에서 이와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학력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사를 할 때에도 학력이 좋아야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고, 좋은 학교를 나오면 회사 내의 선배들이 후배를 챙겨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선배들은 더 많은 후배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후배들은 선배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자 서로 학연, 지연으로 서로 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해당 학연, 지연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고, 구성원을 평가할 때 능력보다 학연, 지연 등도 고려하게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쿠팡 동료와 같이, 쿠팡에서는 학연, 지연 등을 따지지 않습니다. 오로지 구성원의 능력만을 기준으로 평가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력이 낮아도, 현장직군 출신이라도 현재의 업무성과만 좋다면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근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쿠팡을 다니던 시절에는 상대방의 나이는 몇 살인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디 출신인지? 하나도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회사에서 구성원들의 나이, 학력, 거주지역 등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그것은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은 전산학과 출신을 채용할 때 일류대 졸업생을 뽑지 않는다고 했다. 컴퓨터 하드웨어 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했던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전 과목 모두 잘하는 사람은 정작 필요한 업무에서는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히려 일류대가 아닌 이류대에 전산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일류대 출신을 선호하는 회사는 이미 일류대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 많다.
- 세이노의 가르침 _ 세이노 지음 _ 데이원 출판사 -
쿠팡은 매우 젊은 조직입니다. 젊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의 마인드도 매우 젊고 보수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에는 연차가 쌓일수록 관리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인하고 검토해 주는 것이 본인의 업무인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쿠팡은 다릅니다. 쿠팡은 나이가 많아도 직접 실무를 합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은 상사인 경우가 많지만, 쿠팡에서 나이가 많은 구성원은 보다 경험과 연륜을 요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시키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쿠팡에서는 시키는 사람보다 직접 업무를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일, 더 높은 수준의 일을 한다는 것이 쿠팡이 가진 경쟁력이자 구성원들이 서로의 보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형평성의 근간이 됩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연차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되면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상대가 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최근 데이터에서 상사와 관련해 '무능'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죠. 예전에는 상사가 일 안 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았어요. 저분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상사와 직원 모두 능력을 따집니다. 상사가 관리자가 아니라 동료로 인식된다면, 이제는 상사도 일해야 하는 거죠. 물론 상사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신입도 그래야 하고요.
이렇게 하여 모두 다 일하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성 이슈가 나오고, 집단평가가 아니라 개인평가로 선회합니다. 이제 회사에서 가장 배척되는 사람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 그냥 하지 말라 _ 송길영 지음 _ 북스톤 출판사 -
야생에서는 보통 힘이 없는 동물들이 무리 지어서 삽니다. 그래야 포식자로부터 자신과 무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파벌이 형성됩니다. 무리를 지어서 사는 야생동물들처럼 자기가 속한 구성원들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조직 내부적으로는 능력을 통한 공정한 경쟁보다 파벌을 통한 경쟁자 제거 현상이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조직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간신과도 같은 사람들이 조직을 장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간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정말 조직에 필요한 능력 있는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파벌이 형성될 수 없습니다. 우선 구성원 상호 간 학벌, 나이와 같이 서로 간의 배경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구성원 간 파벌형성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다들 업무성과로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내가 아끼는 후배이니깐 or 학교 선배님 이니깐'과 같은 언급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학연, 지연 등을 이유로 파벌을 형성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님문화를 준수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면 쿠팡의 조직문화를 저해하는 행동으로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즉, 쿠팡에서는 파벌이 아닌 능력으로만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 없는 간신이 생길 수도 없고, 파벌이 형성되지도 않습니다. 구성원들을 평가할 때, 구성원의 배경이 아닌 구성원의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쿠팡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간신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간신은 이렇다. 조직의 미래나 비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사리사욕에만 눈이 벌건 자들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가 망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명분을 교묘하게 내세워 자기 지위를 강화하고, 자신의 패거리를 곳곳에 심는 데 탁월함을 보인다.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뜻이 다른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격한다. 그들은 암세포처럼 세력 확장에 능하다.
때문에 일단 간신들이 권력을 잡으면 조직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 편에 서지 않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 간신은 이마에 간심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공부도 많이 하고 말도 번지르르하다. 그들은 권력자의 심기를 파악하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가졌다. 심리 상태, 기질, 기호나 취향 등을 귀신같이 알아내 교묘하게 이용한다. 상사에게 잘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상사는 이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들은 임기응변에도 강하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능수능란하게 자신을 변모시킬 수 있다. 입안의 혀처럼 굴기 때문에 그들이야말로 조직의 충신이라고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간신을 믿고 그에게 중요 보직을 주는 순간 조직은 끝이 난다. 당신의 조직은 어떤가?
- 고수의 일침 _ 한근태 지음 _ 미래의 창 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