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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Oct 22. 2023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


  그해 봄, 오래 다니던 엔터에서 퇴사를 하고 나는 나의 작은 옥탑방 바닥에 누워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어떤 레슨도 공연도 합주도 없는 한가로운 오후였다.



  마음이 고요했다.

  치솟는 아드레날린과 심장박동은 없다.

  나는 안전하다.



  평온하고 가난한 날들이 지속됐다.

  모아둔 돈으로 1년 정도는 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나를 멋지게 여길 음악, 대형 엔터에 팔릴 만한 음악... 돌아보니 내 작업물들은 온통 그런 의도들 뿐이었다. 거기엔 음악은 없고 의도만 있었다. 나는 온통 타인의 반응을 고려한 음악들만을 만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나는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내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방구석을 굴러다니며 음악을 만들었다.

  음악을 만들다가 힘들면 다시 방구석을 굴렀다.

  힘들고 우울하면 그 감정을 그대로 음악에 담았다.

  아무런 의도도 목표도 없이 그냥 내 안에서 나오는 것들을 주섬주섬 음악에 주워 담았다.

  자주 끼니를 걸렀고, 외출은 급격히 줄었고, 밤낮은 뒤바뀌고 몸은 말라갔다.

  하루는 나무의자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것이 꿈인지 공상인지 어제 본 영화인지도 모호했다.


  그렇게 세상과 나의 거리를 유지한 채로

  나의 (옥)탑에 고립된 채로

  내 마음에 관한 곡을 썼다.




  음악을 한 지 10년만 이었다.




https://youtu.be/E5R58-aI5OA




아무도 없는 방 혼자 눈을 뜨면

아침에 뭐 먹지 잠깐 고민하고

늘 같은 풍경 속 나무 의자처럼

자리를 바꿔가며 바래져 가네


핸드폰 속에는 여러 개의 창문

두드려 볼 때도 가끔은 있지만

커다란 우주 속을 떠다니듯이

누군가 와닿기는 어려워 보이네


아주 잠깐 선명해지는

순간 발견해야 해

아주 살짝 맘을 스치는

순간 알아봐야 해

I'm gonna find it

I'll find it out

꿈을 꾸듯 아스라이 보이는

네게 닿긴 어려워 보이네


나는 섬

푸른 바달 건너야 만나는 섬

작게 보이는

너는 섬

배를 타고 떠나야 닿는 섬


아무도 없는 밤 잠을 깨면

저 멀리 별빛이 내게 손짓하고

또 다른 우주 속을 헤엄 치듯이

고요히 반짝거리는 꿈을 꾸네


아주 잠깐 여길 떠나는

순간 발견해야 해

아주 잠깐 반짝거리는

순간 알아봐야 해

I'm gonna find it

I'll find it out

너와 나를 가로지른 바다 위를

걸어가는 그런 꿈을 꾸네


나는 섬

푸른 바달 건너야 만나는 섬

작게 보이는

너는 섬

배를 타고 떠나야 닿는 섬


나는 섬

푸른 바달 건너야 만나는 섬

작게 보이는

너는 섬

배를 타고 떠나야 닿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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