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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Oct 22. 2023

이 이야기는 새드엔딩이다


  나는 애초에 장렬한 실패담을 쓰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나의 음악인생은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패담으로 성공을 꿈꾸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똑바로 마주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이 글과 함께 팬시를 죽이려고 한다.

  정성을 들인 섬세한 의식이 필요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어 ‘



  평생 공감하지 못했던 말.

  하지만 이제 나도 공감하고 있다.

  음악과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날 사랑하긴 했어?’



  음악이 내게 묻는다.

  슬프게도 나는 머뭇거린다.



  작은 소녀의 인정욕구로 시작된 춤과 노래가 어느새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소녀는 여자가 되었고, 그 속엔 아직도 소녀가 살고 있다. 소녀의 마음은 여전히 음악으로 가득 차 있지만, 내 작은 세상 속에서 환호하던 사람들은 이제 하나 둘 흩어지고, 나만 혼자 덩그러니 빈 무대 위에 남아있다.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게 음악은 단지 사랑받기 위한 수단이었던 걸까... 나는 아무런 대가 없이, 어떤 환호도 없이,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 걸까... 오직 음악과 나를 위해 많은 걸 감당하고, 또 포기할 수 있는 걸까? 끝도 없이 나의 마음을 의심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죽기 직전까지 하고 싶은 일이

  아침에 눈 뜰 때 날 설레게 하는 일이

  음악이 아니었다면,



     

  이제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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