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 가운데에서도 더더욱 알려지지 않은 ‘flight’ 이라는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쓴 곡 중 단 한 곡만 남기고 다 삭제해야 한다면 한치의 고민 없이 이 곡을 고를 것이다.
나는 곡을 발매하고 나면 듣지 않는 편이다. 이미 충분히 지지고 볶고 소비한 감정을 뭘 굳이 다시 체험하나 싶기 때문이다. 음악의 포맷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나 자신에게 만큼은 그것은 하나의 강렬한 서사이자 감정이라서 무던히 흘려들을 재주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곡은 내가 써놓고도 운전할때 종종 듣는 유일한 곡이다.
이 곡에 인디안식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그것은 '돌고돌아 아멜라료' 다.
아멜라료의 음악을 처음 들은 것은 20대 중반이었다. '그루부 띠어리'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만났고, 수천번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나의 인생앨범 'Infinite Possibilities'는 명상적인 분위기와 영적인 테마, 아름다운 자아성찰과 철학적인 메세지로 가득하다. 2000년에 발매된 이 놀라운 네오소울 명반은 알앤비, 재즈, 펑크, 힙합의 요소들을 두루 아우르며 아날로그 악기들과 따뜻한 신스 사운드의 조화를 빚어냈다. 이미 오래전부터 얼터너티브 R&B의 요소를 품고 있었던 작품으로 너무나 독창적이고 아름답고 걸작이다. 이 앨범을 만난 것이 나의 음악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강력한 보컬과 댄스를 곁들인 무대에 빠져있었고, 무한한 가능성은 그저 무한한 채로 내 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 가능성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flight'을 통해 피어올랐다. 곡을 쓰던 당시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앨범이 발매 된 후 '플라잇'을 듣다가 문득 거기에서 '아멜라료'의 향기를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 곡은 성적이 좋지 않다. 내가 가장 만족하는 곡이 대중에게는 가장 인기 없는 곡 이라는 부분은 좀 섭섭하지만 이곡에는 나의 이상향이 완벽하게 녹아있다. 내적평화의 세계로 향하는 날개짓이랄까. 들을때마다 홀로 감탄한다. 하아! 나란 천재놈! 세상 사람들! 이 노래를 좀 들어 봐요!
‘플라잇’은 소설 ‘갈매기의 꿈’을 단숨에 읽은 날 탄생했다. n차 리딩이었지만 그날의 온도와 습도와 나의 감성과 집중력이 축북처럼 맞물려 깨달음과 영감의 세계로 나를 인도했다. 소설의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 의 행보를 좇던 나는 어느새 그 이상하고 유별난 갈매기 안에서 나를 발견했다.
조나단은 갈매기의 불문률을 어겼다.
먹이를 구하기 위한 비행에 염증을 느끼고 비행술을 연습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 갈매기 :
“왜 그러니, 존, 왜 다른 갈매기 떼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 저공비행 따위는 펠리컨에게 맡겨 두면 되잖니? 그리고 왜 너는 먹지 않니? 바짝 말라 뼈와 깃털뿐이잖아!”
조나단 리빙스턴 :
“뼈와 깃털뿐이라도 괜찮아요. 엄마.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언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아빠 갈매기 :
“이봐라 조난단, 머지 않아 겨울이 닥쳐온다. 만약 네가 연구해야 한다면 먹이를 연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를 연구해라. 너의 그 비행술인가 하는 것도 좋지만, 공중활주로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니?”
하지만 조나단은 끝내 시속342킬로미터로 날고, 공중회전에 성공한 후 동료들에게 추방 당한다. 먼 벼랑으로 추방당한 조나단은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많은 것을 터득하고 깨닫는다. 그리고 어느날 훌륭한 비행기술을 가진 새로운 갈매기들을 만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다. 그리고 자신을 초월한다.
나는 줄곧 의심했다.
무리를 벗어난 나의 공중회전은 그저 오만한 나르시시즘이 아닐까? 철없고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몸짓은 아닐까?
홀로 무리를 벗어나 수없이 공중회전을 시도하는 조나단 리빙스턴이 나 자신과 오버랩 되어 곡을 쓰며 몇번인가 즙도 짜냈다. 나르시시즘에 자기연민 몇 그램까지 시즈닝 된 완벽한 밸런스다! 라고 외치며 나 자신에게 취해 곡을 마무리했다. 그래서인지 나만 이 곡을 좋아한다.
하. 이 하찮고 소중한 나의 걸작.
무언가 이상하지?
go round and round 제자리를
무한대로 돌고 도는 loop속에 빠진걸까?
이대로는 안되겠지?
난 무리를 벗어났어
날아올라
I’ll make a flight
나의 저공비행
아무도 없는 곳에 난 발을 딛어
아무런 확신도 없는 공중회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줘 내게
I’m gonna fly fly fly
누구의 흔적도 없는 미지 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곡예비행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 내게
I’m gonna fly
어딘가 나와 같이
누군가 홀로 날아
시공간을 초월한 비행궤적을 남긴걸까?
우린 연결되겠지?
난 무리를 벗어났어
날아올라
We’ll make a flight
나의 저공비행
아무도 없는 곳에 난 발을 딛어
아무런 확신도 없는 공중회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줘 내게
I’m gonna fly fly fly
누구의 흔적도 없는 미지 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곡예비행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 내게
I’m gonna fly
아무도 없는 곳에 난 발을 딛어
아무런 확신도 없는 공중회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줘 내게
I’m gonna fly fly fly
누구의 흔적도 없는 미지 위로
아찔하게 솟아오른 곡예비행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 내게
I’m gonna fly
난 무리를 벗어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