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밍 Jul 28. 2021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기묘한 인연

[시작하는 글] 장거리 사랑의 개요

1. 2020년 1월


여름휴가로 생각한 포르투갈 와이너리 여행정보를 나누려다. 서로 마음에 쏙 들어버린 두 사람. 하루도 빠짐없이 교감하며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들고 곧바로 다가오는 3월, 치앙마이를 먼저 함께 가기로 합니다. 그는 아프리카, 저는 한국에서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나의 우주가 너무 강렬하게 요동치네요. 이럴 수도 있는 건가요?



2. 2월


점점 긴박해지고 위험해지는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들썩이기 시작 약속했던 태국이 위험하다는 뉴스가 연일 터지자 당장이라도 꼭 만나야 했던 두 사람은 보홀로 장소를 바꿔요.


트와일라잇 영화 봤나요? 늑대인간들이 강한 사랑을 느끼는 본능을 '각인'이라고 표현했죠. 마치 '각인'된 것처럼, 마치 정해진 인연을 만난 듯 그냥 '당연하게' 사랑이라는 걸 알았어요.


이것은 이성으로 이 사람을 인식하기도 전에 마치 내 안에 '사랑하도록' 입력된 키값이 설정되어있던 것처럼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로그인이 되듯이) '사랑'의 감정이 당연하게 전개되어갔고, 이 감정에 어떤 의심도 들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운명을 확인해야 하는 우리의 속도 모른 채 며칠 만에 동남아 전체 여행 금지령이 내려지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어요.


그냥 으레 얼마 뒤면 잠잠해질, 뉴스에서 보던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전염병을 피해 찾아낸 '육지 안의 바다, 그 안의 또 육지'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를 우리의 첫 여행지로 바꾸고 티켓팅까지 마쳤습니다.



3. 3월

'직장폐쇄', '재택근무' 생애 처음 들어보는 일들이 여기 한국에서, 현실이 되어 펼쳐지네요. 한국의 기업들이 줄줄이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주재원은 3월까지 휴가 금지령이 떨어져요. 해외 여러 곳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가 된다고 하네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내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 상황. 급기야 항공권이 취소가 됩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온 우주가 우리 만남을 질투하는 것 같은 과대망상에 빠지면서 마치 이러다, 평생에 단 한번 만난 운명 같은 사랑을 확인하지도 못한 체 꿈처럼 사라져 버릴까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왜냐면 각인된 사랑을 느끼면서도 우린 어리지 않은 현실적인 성인이었거든요 우리의 삶은 꿈같은 드라마가 아니고, 감정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는 걸 아는 나이니까 다급하며 보고 싶고, 만나서 사랑하고 싶고, 이러다 식어 없어질까 두려웠죠. 안으로는 폭풍 치는 로맨스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밖으로는 지방에 사는 가족도 만나기 힘들고 집 앞 슈퍼도 가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펼쳐지네요


결국, 전 세계가 전염병에 잠식됐어요. 미국, 유럽에서 매일 몇만 명씩.. 죽고 있다고요...? 팬데믹이라는 단어를 쓰네요. 아무래도 지구의 종말이 오려나 봐요.


슬프더라고요 하하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강렬한 사랑을 느꼈는데 죽을 때까지 못 만나거나, 만나기도 전에 지구에 종말이 올 것 같았고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2차 세계 대전때 헤어진 연인'같은 느낌이 들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서로에게 더 의지했어요. 8시간의 시차는 아무것도 아니었죠. 매일매일 몇 시간씩 교감하며 서로에게 더욱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550일,

어느덧 결혼을 준비하고 있네요. 비혼 주의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이 사랑으로 얻게 된 인생에 대한 철학과 일상을 이제부터 하나씩 기록하려 합니다.



이전 01화 [브런치툰] 운명을 믿으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