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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찾아왔네, 인생노잼.

수시로 찾아오는 인생노잼.

by 분홍빛마음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하고 지금 현재에 만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밌거나 충만하다고 볼 수 도 없다.

나는 주말이나 명절이나 평일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명절이나 주말이 되어도 크게 기쁠 일이 없다. 그날이 그날임.

요즘 또 아무것도 재미가 없고 다 시시하게만 느껴진다. 권태롭고 재미가 없다. 내가 말하는 건 하하 호호 할만큼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하는 그 정도의 마음이면 좋을 텐데 그것도 참 쉽지 않다.


나름 나의 일인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sns에 올리고 하느라 나름 끙끙 대며 애쓰고는 있는데 그게 뭐 돈을 가져다 주거나 인기를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진 못한다. 그냥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는 견딜 수 없어서 하는 행동들에 가까우니까 하는거지.

건강 생각해서 밥도 챙겨 먹었고 설거지도 했고 빨래도 했고 그렇게 할 일 다하고 sns를 보는데 sns도 계속 보다 보면 볼 게 없고 재미가 없다. 스레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너도 나도 자기 얘기들을 올려놓은 글이 많고 많은데 눈에 들어오는 글은 두어개 정도.


나 같은 경우 스레드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함께 좋아하는 덕질용으로 사용하는게 가장 크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같이 이야기해야 재밌는데 내 주변에는 공감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가 하나도 없고 그냥 나 혼자다. 그래서 사는 게 더 재미가 없을 수도.

사람은 사회의 동물이라지 않는가. 소통도 있고 관계도 있어야 재미도 있고 하는 걸 텐데 마냥 혼자 있으면 그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뭘해야 마음이 좀 채워질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괜찮을까? 근데 다들 알겠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호감을 갖기까지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을.

평소에 만나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없고 지인도 없고 동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데 호감가는 사람? 그게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주로 접하는 건 연예인이고 자주 보는 것도 좋아하게 되는 것도 보여지는 연예인들을 좋아하고 있더라고.

그렇다고 연예인 잘생기고 예쁘다고 다 좋아하느냐 그게 그렇지도 않음. 그것도 참 신기한게 그 많은 연예인들 중에 나만의 기준으로 호감가는 연예인이 있더라고. 그런 거보면 그것도 나름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연예인은 너무 필터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만 보여질 분이라 긴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이 탄로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실망하는 상황도 왕왕 있었더랬지. 그래서 연예인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면 괜찮을까? 잘생긴 도경수나 끼많은 지코를 보면 재밌을까?(지난 화에는 데이식스 좋아한다고 해놓고..)보면 뭐 어쩔건데 그냥 순간 신기하다 그러고 지나가겠지.

그럼 뭐가 재밌나.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마음에 노래방 가는 재미에 잠깐 빠졌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번 코인노래방가서 2천원어치 부르면 충분하다. 더부르면 목이 못 버티더라고. 마음은 더 부를 수 있을 거 같은데 목은 안 그렇다 보니 그것도 마음같지가 않은거다.

그리고 부를 노래도 별로 없음. 노래를 불러보면 알겠지만 이게 듣는 거랑 부르는 거랑 또 달라서 들을 땐 좋았는데 불렀을 때 몹시 실망하거나 어려운 경우도 많다.


아. 오늘 월요일인데 왜 이렇게 가라앉고 다 노잼으로 느껴지는 걸까. 기분 전환하려고 안 입던 니트도 꺼내어보고 츄리닝 바지만 입다가 청바지도 꺼내 입어보고 안 가던 새로운 까페에 가봤으나 새로운 즐거움은 잠시 뿐이고 계속 나는 재미가 없다.

내 경험에 의하면 기분이나 정신 상태는 마법처럼 한 순간에 뿅하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는 것이더라고.

이 재미없는 시간도 어쩌면 또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질까. 어른이 된 언젠가부터 사는 게 살만하고 감사했다가 또 서서히 권태로움과 노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왔다가 그게 반복 되는 거 같다.

요즘 나는 모든 것이 엉망이다. 하루에 특별히 한 일도 공부한 것도 없고 수면 패턴은 엉망이고 마음은 불편하고 무거운 채 하루하루가 간다.


브런치에 글 연재하기로 했으니 새 글도 써야 되는데 도무지 무슨 글을 쓸지 생각이 안나고 특별한 일도 없고 sns에 떠돌아다니는 글에는 글을 일단 쓰라느니 A43장은 일단 그냥 쓰라 뭐 말이 많은데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어떻게 써요..

백지에 글을 가득 채워내는 일, 백지에 이미지를 그려내는 일 모두 나는 어렵기만하다. 일상도 맨날 거기서 거기라 에피소드도 없는데.

맛이 없는 음식을 먹는 거 같다. 무맛.없을 무. 맛이 없는 그러니까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음식을 꾸역 꾸역 먹고 있는 느낌.


지금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회사다닐 때도 하루를 일로 꼬박 채우는 와중에도 권태로움과 지루함, 인생노잼은 똑같이 찾아 온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루를 꼬박 바삐 일한다해도 권태는 찾아오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다들 살만한지. 다른 사람들은 노잼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자주 찾아오기는 하는지. 자신만의 노하우나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찾아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는지.

나만 이렇게 수시로 찾아오는 인생 노잼에서 허덕이는 건지.

아, 오늘도 찾아왔네, 인생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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