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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가는 나의2030

흘러가 버린 나의 젊은날.

by 분홍빛마음

유퀴즈를 시청하다가 노래 나는 반딧불의 가수인 황가람님이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보았다.

토크 전체는 감동적이었는데 그중 내가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19살에서 스무 살이 되는 것,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는 것은 괜찮았는데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더 이상 마냥 가수의 꿈을 꾸기에는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이 사실은 맞는 길이 아니었던 걸 자신만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지금의 내가 딱 그런 시기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이젠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나 역시 나이대가 넘어가는 느낌이 스무 살, 서른 살과는 다른 느낌. 몹시 혼란스럽고 마음이 복잡하다.

마흔도 젊은 나이이지만 젊음을 대표하는 나이인 2030을 벗어나는 나이이기 때문에 느낌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달까. 이젠 더 이상 마냥 젊지만은 않고 무작정 꿈을 쫒기에는 막막함이 느껴지는 나이 같은 느낌. 절대 이젠 어리거나 젊다고 마냥 넘어갈 수 없는 나이.


나는 내 20대와 30대를 돌이켜보면 별 게 없달까. 그동안 난 무엇을 했는가. 뭘 하면서 살았는가 하면 나는 그냥 집에 있었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았을 뿐. 나는 젊은 시간을 살지 못하고 은퇴한 후의 삶은 사는 노년의 시간을 먼저 살고 마흔을 앞둔 이제야 성인이 돼서 누군가 때문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 존재하며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 시작한 거 같다. 그치만 여전히 나는 나를 완전히 책임지기엔 벅차고 사실상 애매한 위치의 작가로 살고 있다. 사실 말이 작가지 나는 그냥 돈도 안 되고 보는 사람도 얼마 없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안한 채(결론적으로는 남은 것이 없는) 내 젊은 시절을 다 보낼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냥 그땐 막연하게 뭐라도 될 것 같은 느낌이 저 어딘가에 있었던 거 같다.

근데 이젠 2030의 시간을 모두 다 그저 흘려버린 채 지금에 도달하였다.

시간만 갔는가. 몸도 얼굴도 같이 늙어버렸다. 젊을 때는 못난 내모습을 굳이 사진 찍고 싶지 않아서 안 찍었더니 진짜 내 젊은 날의 사진이 거의 없는 거다.


그래서 나는 요즘 상태가 그래도 좀 괜찮고 한 날은 셀카를 종종 찍어서 남기곤 한다. 연예인들이야 화보도 찍고 팬들이 사진을 계속 찍어주고 자신의 모습을 많이 남길 수 있는데 나 같은 그냥 아무개는 나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좀 찍어서 기록을 해둘 필요가 있는 거 같다.

이 때의 내 모습이 이랬구나 하고 보기도 하고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도 있고 사진 찍을 때는 별로인 거 같았어도 시간이 좀 흐른 뒤 보면 생각보다 괜찮고 또 지금보다는 젊은 모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30대에 그저 생존만 했다. 그저 살았을 뿐이다. 뭐 딱히 없다. 스무살, 입시 실패와 아버지의 죽음의 연달아 닥친 상황에 감당하기 벅차 주저앉았을 뿐. 그런 내가 초라해 또래로부터 그렇게 도망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연애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나는 2030 나이에 이렇다 할 직장도 다녀본 적이 없고(짧게 짧게 알바는 여러 군데 해보긴 했다.) 세상으로 도망친 채 엄마의 그늘 아래 숨어 그저 살았을 뿐.

그렇게 살았다보니 시간은 흐르고 나는 이제 마흔이 된다.

마흔. 내가 20대 30대였을 때 마흔은 너무나 어른이고 성숙하고 중년을 말하는 그런 나이라고 느꼈는데 이제 내가 마흔이라니. 근데 내 마음은 아직도 스물다섯 서른다섯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나이만 먹고 얼굴만 늙어 버린거다.

그리고 십 년만 더 있으면 50. 쉰이라니. 그럼 이젠 정말 나이가 너무 많게 느껴진다. 그렇게 살다 금방 노인이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리고 조급해졌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젊음이 너무 많아서 젊은 줄도 모르고 흘려보낸 내 젊음들.


2030이 다 끝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몸이 허락할 때에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살려고 한다. 악기도 배우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배우고 페어도 나갈 수 있으면 나가고 나쁜 짓이 아니라면 뭐든 다 해보고 후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숨어서 도망 다니느라 아무것도 안 한 시간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그리고 이젠 세상으로 다시 들어가서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싶다.


그냥 문득 이젠 내가 그 젊은 2030세대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는 게 섭섭하다. 나는 그동안

어린 10대에서 젊은 나이인 2030에 계속 속해있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말이 와닿는다. 그래서 더 후회 없게 아쉬움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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