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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스티커에 빠지다니.

어쩌다 문구사장이 되었을까?

by 분홍빛마음 Feb 03. 2025

어쩌다 스티커에 빠지게 되버렸는지. 그것도 이 나이에. 마흔이 가까운 이 나이에 다시 스티커라니.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학창시절 나는 다이어리를 너무 좋아하고 모으고 꾸미고 스티커 붙이고 그 안에 무슨 유행하는 글 감성글 같은 것도 써놓고 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혹시 mr.k(엠알케이)라고 아실는지? 문구점에서 잡지형식의 일러스트와 편지지, 약간의 연예가 소식 등이 담긴 책 같은 거였는데 그걸 내가 무척 좋아해서 매달 엠알케이가 나올때면 꼭 문구점에 들러 사가곤 했었다. 그렇게 나는 문구, 팬시, 펜, 노트, 다이어리, 캐릭터를 좋아하던 학생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스티커가 매우 다양하고 문구점 마다 다른 종류의 스티커가 팔았다. 자주 가던 가장 큰 문구점에는 수입산 스티커도 팔고 있었는데 스타일이 뭔가 다르고 반짝 거리며 비쌌다. 근데 값이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수가 없었다. 어쩌다 한 두 개 정도 살 수는 있었지만. 가격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달까.     


그래서 그당시 어린마음에 결심하길 내가 어른이 되면 돈 벌어서 꼭 이 스티커를 사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나중에 커서 알게 된 건 그 스티커 브랜드 이름이 샌디라이온이라는 것이다. 근데 샌디라이온은 현재 더 이상 스티커를 만들지 않는 거 같아서 그 예쁘고 비싼 스티커 중 남아있는 스티커세계의 명품이 되어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스티커, 다이어리에 빠져있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흑백영화처럼  무미건조하게 하루를 다쓰는 공부시간과 학교 생활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쓰지않게 되고, 보지 않게 되고 그 시간이 일년, 2년 지나다 보니 그렇게 좋아하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잊혀지게 되더라고.     


그러다가 나는 어찌저찌하다 디자인과 학생이 되었는데 디자인으로 길을 가기엔 실력도 부족하고 뭔가 나랑 안맞는거 같아서 고민하다 디자인과 회화 그사이쯤 되는(내 생각에) 일러스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방구석에서 일러스트를 외치다가 서일페(서울일러스트페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관람객으로서 서일페를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작가분들이 엽서랑 스티커를 제작 하는 것이었다. 페어 가기 전까지만 해도 요즘 스티커 누가사냐. 어른되면 더 안사지, 문구점도 다 사라지는 마당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페어를 가보니 스티커가 일러스트작가님들을 통해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처음에는 일러스트 구경을 하러 갔다가 가서 반해버린 일러스트 작가 분들의 엽서와 포스터를 사더니 몇 번 더 다니까 일러스트로 만든 굿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요즘 누가 스티커를 사냐고 외치던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스티커 수집가가 되어있었다.     


역시 무언가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애초에 근처도 가지 말아야 된다는 말을 새삼 실감한 나였다. 보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고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면 좋아지고 그러는 거 같다. 갑자기 딴 말이지만 좋지 않은 것들은 애초에 근처도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내가 스티커에 빠져버린 날 보면서 느꼈다.     

서일페를 알게 되면서 몇 차례 관람한 나는 오프라인으로 관객과 만나는 것은 확실히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느껴서 나도 언젠가는 참가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참가를 목표로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린 그림으로 굿즈 제작을 했다.      


그리고 내 그림이 들어간 굿즈를 판매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페어 준비를 할 때 페어에 참가하려면 사업자를 내야된다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서(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를 얼떨결에 내고 이왕 사업자를 낸거 스마트스토어에다가 조금씩 소량으로 페어에서 만든 굿즈들을 판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나는 사업자를 내고 내 일러스트로 굿즈를 파는 문구사장이 되었다.      


그렇게 스티커를 사 모으고 그렇게 모은 스티커들은 가지고만 있다가 많이들 하는 다꾸러처럼 내 일기장에 포인트로 하나씩 붙여보았다. 붙여보니 스티커를 쓰는 재미가 또 있었다. 이렇게 

어느 덧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고등학생 때도 안한 다이어리에 스티커 붙이고 스티커를 사고 스티커를 모으는 걸 나이 마흔이 다되서야 하고 있다.     


그치만 다시 새롭게 찾은 새로운 나만의 소소한 취미이자 행복이랄까.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이 가는 게 점점 없어지고 사는 건 점점 더 재미가 없어지는데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즐거움이 생겨서 좋다. 그리고 그게 나의 일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이렇게 나이 마흔 즈음에 어른이되고 한참 지나서야 나는 스티커에 푹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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