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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May 03. 2024

그림자 아이 (05화)

난 지금 강박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의 오피스텔 10, 그곳에는 현관 서서 울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현관 선채 집밖으로 나 못하고 고, 런 그 사람에게 그림자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그림자야. 그런데 넌 왜 울고 있니?”


울고 있던 사람은 눈물을 닦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제 청까지 들리네...


그림자는 울고 있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난 야. 그런데 넌 뭐야? 떻게 말을 하는 거지?”


당황해하는 를 보며 그림자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여기 보이는 그림자야. 언제부턴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세상을 여행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울고 있어?


현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으며 이야기했다.


난 지금 강박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 강박행동을 하는 걸 스스로 알고 있지만 그냥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그림자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강박행동이 뭐야? 그게 뭔데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거? 네가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끔찍해.”


“난 한 시간 전부터 외출준비를 마치고 이제 밖에 나가기만 하면 돼. 그런데 집을 나 수가 없어. 왜냐하면 수도꼭지를 안 잠가서 물이 넘칠까 봐 무서워. 그래서 여러 번 수도꼭지가 잘 잠겼는지 확인하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문제는 이런 행동을 하는 날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런데 멈출 수가 없어. 이제 너무 무서워서 집을 나설 수가 없어. 난 집에 물이 넘칠까 봐 너무 무서워.


그림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 물이 넘치고 있는 거?”


“아직 물이 넘친 건 아니야. 그런데 내가 혹시라도 수도꼭지를 안 잠물이 넘칠까 봐 무서워.”


“그럼 지금 수도꼭지가 안 잠가져 있는 거야?”


"아니 잘 잠가져 있어. 만약 물이 새고 있다면 물이 흐르는 게 보이겠지. 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날 거고. 너도 보고 들어보면 알 거야.”


그 말을 듣고 그림자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에게 말했다.


“그럼 너는 네가 보고 듣는 걸 스스로 믿지 못하는 거구나.


는 그림자의 연이은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지만 이번 질문은 대답할 수 없었다.


“모르겠어.’


“네가 보고 있고 듣고 있는데 물은 새고 있지 않잖아. 그런데 무서운 건 네가 보고 듣는 걸 스스로 믿지 못해서 그런 거 아냐?”


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그런 에게 그림자했다.


“혹시 널 도와줄 사람이 있니?”


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본 그림자는 푸념하듯이 이야기했다.


“인간들은 스스로 믿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구나.”


“그건 아니야. 사실 엄마에게 말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 그런데 왜 울고 있던 거야? 넌 그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어? 혹시 엄마가 너를 도울 수 없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혼자서 고통받고 있는 거야?”


아직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어. 그래서 나도 잘 몰라.”


“그럼 한번 시도해 봐. 얼마 전에 번아웃에 빠진 준이를 만난 적이 있어. 준이는 매일매일을 사는 게 너무 지치고 힘들다고 했는데, 내가 소개해준 검은 고양이를 도와주며 잠시 쉬어가고 있거든. 준이가 내 조언을 받아들여 시도듯이 너도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때?”


는 다짐한 듯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너무 아파. 요즘 강박증이 너무 심해졌어. 집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겠어.”


마와 통화하는 는 울고 있었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점점 안정되어 갔다.


“엄마가 오시면 다시 병원에 가보기로 했어. 나 너무 많이 울어서 조금 자고 싶어. 혹시 내가 자는 동안 내 곁을 지켜줄 수 있어?”


“네가 날 원한다면 해가 지기 전까지는 자고 있는 너를 지켜줄게. 그런데 해가 지면 난 떠나야 해. 혹시 잠에서 깨었을 때 내가 없다면 넌 무서울까?”


그림자의 이야기에 는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지금 엄마가 여기로 오고 있어. 아마 어두워지기 전에 엄마가 올 거야. 그러면 난 깨자마자 엄마를 보겠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림자는 잠든 수의 곁을 지켰고, 얼마가 지나자  엄마가 집을 찾았다.  엄마는 잠든 의 이마를 쓸어 넘기며 조용히 말했다.


“이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난 네가 살아 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해. 그러니까 엄마랑 같이 치료받자. 다시 치료받으면 돼.


그렇게 밤이 오고 있었지만 수의 엄마는 딸이 깰까 봐 불도 켜지 않고 곁을 지켰고, 그림자 안심한 채 마지막 말을 남기며 를 떠날 수 있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랄게. 그리고 갈래머리를 한 어떤 아이가 있어. 그 아이의 오빠대신 네가 잠시 들러다시 한번 비밀이야기를 전해줘. 오빠는 아주 오랫동안 오지 못할 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오래 기다리진 말라고...



[ 06화로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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