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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May 10. 2024

그림자 아이 (06화)

뭐든 가졌다가 잃으면 더 슬퍼지는 법이거든.

가을이 오고 있었다. 가을의 햇살을 처음 느껴본 그림자는 오후의 나른함에 한껏 늘어진 참이었다.


부산한 도심의 길 한에 위치한 자투리땅에는 몇 가지 운동기구를 갖추어놓고 공원인양 가꾸어져 있었는데, 그 좁은  작고 하얀 강아지가 주인의 안겨 짧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림자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너희는 한 몸처럼 다니는구나. 난 그림자야. 너희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찾아왔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작은 강아지였다.


"안녕. 네 소문은 지나는 고양이 통해 들었어. 이야기하는 건 좋지만 우리 정숙 씨와 놀아줘야 해서 오래 이야기는 못해."


"그래? 정숙 씨와 놀아줄 시간도 얼마 없는가 보구나. 그런데 네 이름이 뭐야?"


"내 이름? 내 이름은 우유야. 옆에 있는 우리 주인은 정숙 씨야. 항상 자기를 내 엄마라고 부르지만 난 항상 정숙 씨라고 불러. 인간과 다르게 간단한 단어 정도는 구분이 가거든. 그리고 난 벌써 14살이야. 그래서 아는 인간의 단어도 꽤 지."


"반가워 유야. 너를 보니 오이소박이를 무척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생각나... 다행히 아직까지 나를 찾지 않으시거든. 혹시 네가 나를 찾은 거야?"


옆에서 너무 놀라서 한마디도 못하고 굳어있 주인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잠깐 우유라고? 아니 세상에...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야? 그런데  지금 누구...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니?"


"난 여기 그림자야. 여기 우유가 자기 이름을 알려주었어. 내가 너희 둘을 같이 복사하는 바람에 너희 둘 다 내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거 같아."


"나님 맙소사... 그런데 정말... 아니 잠깐만... 진짜로 우리 우유랑 이야기 한 거?"


그림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너희끼리는 서로 안 들리는가 보구나. 그렇지만 난 너희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있던 강아지가 진지한 눈망울로 그림자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정숙 씨에게 한 가지만 물어봐줘. 어릴 때부터 매일 나와 함께하던 준수가 왜 요즘 집에 안 오냐고..."


그림자는 강아지의 말을 그대로 주인에게 전해주었다. 그림자의 말을 듣고 있던 주인은 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우유야 네 형은 군대에 갔단다. 그래서 요즘 집에 못 오는 거야. 매일 형을 기다리고 있는 거 알지만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해. 아이고 가여운 내 새끼..."


그림자는 주인의 말을 그대로 강아지에게 전해주었다.


"군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처음 맡아본 냄새가 났는데 그게 군대의 냄새인가 보구나. 군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꼭 가야 하는 거야?"


그림자의 말을 전해 들은 주인이 이야기했다.


"그래 군대라는 건 가고 싶든 아니든 가야만 한단다. 준수도 전화할 때마다 네 걱정을 해. 설명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널 영원히 떠나버린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하더구나."


그림자를 통해 말을 전해 들은 강아지야기했다.


"난 이제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어. 사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난 사랑받는 걸 알아. 아니 오히려 실제로 받는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우리 가족 모두의 행동은 날 위한 거라고 여기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내 말을 정숙 씨에게 전하지 말아 줘. 을 전해줬던 가 떠나면 정숙 씨가 많이 답답하고 상심 클 테니까. 뭐든 가졌다가 잃으면 더 슬퍼지는 법이거든. 그러니까 상실은 나 하나로 충분해. 그리고 준수가 집에 돌아오는걸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아야겠어. 그러니까 너도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내 마음을 이해해 줘."


강아지의 말을 듣고 있던 그림자는 아쉬운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그래 우유야. 네가 원한다면 난 이만 떠날. 그럼 마 남지 않은 너의 하루 잘 보내."


그림자가 떠난다는 말에 주인은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잠시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전해줘. 딱 한마디면 돼. 유야 혹시 아프면 참지 말고 표현해 주겠니?"


주인이 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림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주인을 강아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유야 너 내 마지막 말 전해 들은 거 맞? 혹시 못 들은 거야? 아프면 엄마한테 꼭 아픈 티를 내줘. 리 우유는 날 위해서 거만 해주면 된단다."


주인은 강아지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못 알아들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강아지 살포시 기대어 잠고 있.



[ 07화로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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