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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Jun 14. 2024

그림자 아이 (11화)

난 너를 기억할게

그림자는 아를 만나 잃어버린 기억들을 찾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의 이름을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림자는 이유를 찾고자 얼마 전에 만났던 작가 주연이를 찾다.


“안녕. 여전히 어두운 곳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구나. 나 궁금한 게 생겨서 찾아왔어.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봐.”


그림자는 이전 만남 이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준수를 만나서 자신을 자각한 이야기, 아를 찾아가 그동안 그림자가 찾아갔던 사람들 사고 후 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빠가 아무리 내 이름을 불러줘도 내 이름이 들리지 않아. 나 모든 게 기억나. 사고가 났던 그날도 기억나. 손을 뻗으며 나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수의 얼굴까지도. 기울어져가는 배에서 모든 걸 체념하고 친구들과 마지막을 기다리던 그 순간까지... 그런데 왜 10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그림자가 되어 사람들을 찾았을까? 난 왜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까?”


어두운 방안의 책상에 앉아 그림자의 이야기를 듣던 주연이는 조심스럽게 노트북에 글을 써 내려갔다.


어쩌면 세상사람들의 기억에서 네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림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면 나는 사람들의 기억을 먹고사는 걸까? 기억되어야 살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나도 네 이야기를 글로 써보려고 하는 거야. 네가 기억되도록.


그림자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나는 존재하는 걸까? 거창한 이론이나 어려운 말 하지 말고, 그냥 직관적으로 말해줘. 나는 존재해?”


넌 할아버지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게 용기를 드렸고, 힘든 친구를 위로해 줬잖아. 넌 지금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어. 현재가 너로 인해서 변해가. 그게 증거가 될 거야.


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살래. 내가 사랑하는 아빠, 동생, 가족과 친구들 모두 나를 기억할 테니까. 내가 잊히지 않게 너도 나를 기억해 줘.”


주연이는 마지막 다짐을 글로써 남겨갔다.


난 너를 기억할게.
넌 나를 통해서 살 거야.
매일 생각하지는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이번에 10주년이 되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너를 기억할게...



[ 당신에게로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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