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계절
아마도 마음으로는
봄이었나 보다
어둑해진 캠퍼스를
시원한 바람 따라
걷다가 보면
오로지 유리로 된
이층 카페에서
처음 만난 날
검은 단발머리에
거침없이 웃던
그날의 너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의 이 오늘을
잠시 멈추고
함께 공명하던
우리의 시간은
나의 것이고
지금의 기시감은
이곳을 떠도는
너의 것일까
그리워서
생각이 아니고
생각나서
그리운 건가
부정하는 것도
부질없고
인정하는 것도
의미 없기에
새겨져 버린
흔적에
기억을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