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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Oct 16. 2024

비밀병기 보물과 지글지글

친구 친구 아들,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이서 캠핑을 갔습니다

아이는 이제 5살이라고 했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하자 잘 가꿔진 사이트가 보이네요

바닥은 공수해듯한 돌들로 메워져 있었습니다

제법 날카로워서 잘 때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텐트를 치고 점심을 준비합니다

낯을 가리는지 아이는 조용합니다

혼자서 무언가 열심히 하더군요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자기는 보물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찾았다!"를 외치며 돌 한 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이게 왜 보물이야?"

아이는 내 눈앞에 돌을 다시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건 비밀병기 보물이야."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보물이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보물 찾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열심히 돌을 뒤적이다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보물 맞아?"

아이는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건 보물이 아냐."

"그럼 보물은 어떻게 생긴 거야?"

아이는 돌하나를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이게 바로 보물이야." 


한참 보물 찾기가 끝나자 지글지글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바구니에 돌을 넣으며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건 치즈, 이건 미역이야."

그리고는 내게 채근했습니다

나는 아이의 요구대로 지글지글을 외쳤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라면이 되었네!"

그러더니 야구공을 바구니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이건 꽃게야."

다시 지글지글을 외치자 아이는 그 야구공을 꺼내며 말했습니다

"내가 껍질을 까줄게."

아이는 무언가 열심히 하더니 야구공을 내밉니다

내가 먹는 시늉을 하자 아이가 다그칩니다

"아니 분홍색 부분 말고 연두색 부분을 먹어야지."

야구공은 두 가지 색으로 되어있었는데

제가 잘못된 부분을 먹었나 봅니다

나는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왜 연두색을 먹어야 해?"

"껍질을 먹으면 어떻게 해."

아마 삶은 꽃게가 붉은색 계열로 보이니까

분홍색 부분 껍질로 여겼나 봅니다

처음에 열심히 까준 게 껍질인 게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나는 열심히 껍질을 먹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에게 연두색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분홍색이 꽃게의 껍질로 보였던 겁니다

왜 연두색을 먹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분홍색은 먹으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그 사실에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꽃게의 껍질까지 까주는 아이의

그 다정한 배려가 너무 따뜻했습니다


똑같아 보이는 돌들을 그렇게 오랜 시간 바라보고

의미를 찾았던 적이 언제였을까요?

정말 열심히 보다 보니 돌들도 제각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보물은 있었습니다

돌이라는 소재가 아니라

보물을 찾아가는 의미가 저에게는 보물이었습니다




캠핑장 바닥 많은 돌들 사이에서 내가 보입니다

나는 수많은 돌들 중 하나라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새 아이 나를 집어 들더니 위로해 줍니다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보이는 나를 찾아주었고

비밀병기 보물이라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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