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암을 만나고부터 블로그에 적어놓은 항암일기를 오픈하면서 암밍아웃을 했다. 그 글을 보고 예전 인터뷰를 하고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던 기자님이 댓글로 글을 남겼다.
기자님의 어머님이 4 기암을 치료 중이라 나의 암소식은 더 충격이었다고 했다.
고마웠다. 나를 기억해 주고 나의 건강을 기원해 주는 마음과 위로가 고마웠다.
며칠 전 점심을 먹고 러닝머신을 걷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천천히 걷고 있는 중이라 통화를 했다.
그 기자님이었다.
건강은 어떤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고맙다.. 지금 러닝머신으로 운동 중이고 잘 지내고 아침에 검사한 CT/ 위내시경 검진결과를 확인하고 왔다고 했다. 검사결과는 모두 좋았고, 깨끗하고 예쁜 나의 위 내시경을 보고 왔다고 했다.
통화를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천천히 걷는중이였지만 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많이 좋아 졌다는 걸 느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는 호흡이 가빠 강의는 물론 전화통화도 힘들어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님께 마지막으로 글을 보낸 게 내가 암을 만나기 전 [좋은 생각]이었다.
그동안 나는 암을 만나 수술과 항암치료를 했고, 기자님은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며 잠시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재택으로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언론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인터뷰질문은 메일로 보내기로 하고, 궁금하다는 몇 가지만 간단히 설명을 하고 암환자와 암환자보호자의 주 관심인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암환자와 암환자 보호자들은 궁금한 게 많다.
그래서 쉽게 친해진다.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당연하다.
우리도 그랬다.
우리는 기자님 어머님의 건강과 나의 건강 그리고 나의 루틴을 시작하게 된 이유 등을 이야기했다.
내가 루틴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기력증 때문이라고 했다.
첫 항암치료를 하면서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를 경험했다.
말로만 듣던 무기력증을 경험하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약이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항암약이 내 몸에 채워지면서 전혀 다른 내가 되었다.
항상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도 처음에 많이 놀랐었다.
기자님은 항암부작용 중 어떤 게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봤다.
나는 힘든 항암부작용보다 가장 조심했던 것과 관리했던 것이 무기력증이라고 했다.
처음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나의 감정 변화를 알아채고 놀랐다고 했다.
그 감정이 항암치료 중인 암환자들이 경험하는 무기력증이었다.
나도 예측하기 힘든 나의 감정변화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피곤함이 큰파도처럼 몰려온다.
치료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나의 몸속에 독약이 들어가니 몸이 저항했다. 독한약으로 나의 몸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몸이 힘든 건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몸과 함께 나의 마음과 생각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처음엔 알지못했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뭘 해야 하는 건지 보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나는 암을 만나기전에 이런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했었다. 무기력증이였다.
무기력증은 몸의 부작용이 아니다 보니 처음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무기력증과 우울감
무기력증은 처음에 잘 눈치채기 못할듯하다.
대부분 암환자들은 암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그럼 가장 먼저 몸이 힘든 상황이라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혹은 독한 항암치료약으로 인한 체력적인 항암부작용의 문제라 생각하게 된다.
나의 경험으로 맞기고 하고 틀리기도 하다.
처음엔 몸의 힘듦이었지만, 항암치료를 하면서는 심리적인 힘듦이 많았다. 그것이 무기력증이었다. 많은 암환자들은 무기력증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에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무기력증
첫째,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여기면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둘째, 부정적인 인지가 형성된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뭘 해도 안돼'라고 스스로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셋째, 신체적인 병을 동반할 수 있다. 무기력증을 겪으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외에도 식욕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고,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줄어들며 고립되고자 한다. (위키백과 참고)
나는 나의 효과적인 항암치료와 질 좋은 일상의 유지를 위해 나에게 찾아온 무기력증에서 나의 몸과 마음을 잘 돌봐야 했다.
무기력증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침대사용을 제한했다 침실은 잠을 잘 때만 들어가고, 특히 침대는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했다. (수면시간이 아닌 시간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침대사용을 제한한다.
항암치료 중 졸릴 경우에는 거실의 소파에서 잠깐씩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잤다. 낮잠도 많이 자지 않으려 했다. 수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불면증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부부의 수면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도 침대는 수면시간에만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몸을 움직인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은 마음에서 오는 부작용이지만 단순하게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되고 효과적이었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양치, 가글, 세수, 물 마시기, 스트체칭, 샤워, ) 순서로 모닝루틴을 기계처럼 하려고 했다. 그리고, 항암약을 먹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고 항암약을 먹었다.
그리고 외출준비를 한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저혈당을 대비해서 간식을 준비한다. 읽을 책 한 권과 노트북을 가지고 집 앞 가장 가까운 카페를 걸어서 간다.
카페루틴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셀카를 찍고 항암일기를 썼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나는 작은 성취감을 경험하게 되고, 나의 마음은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2~3시간이 지나면 다시 걸어서 집으로 왔다.
점심밥을 먹고, 남편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도는 산책을 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였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편안한 소파에서 잠시 낮잠을 30분 정도 잤다.(식사와 산책을 하고 나면 피곤함으로 쉬어야 했다)
저녁이 되기 전 다시 카페로 가거나 마트를 다녀왔다. 작은 볼일을 만들어서 하루에 한 곳을 다녀오는 게 나의 일이었다. 나는 문구점에서 작은 문구용품을 사 오기도 하고, 다이소를 가기도 했다. 공원과 백화점도 종종 가는 곳이었다.
나는 재미있을 곳들을 찾아서 몸을 움직였다. 매일 내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항암치료약을 먹어야 한다. 하루를 보내고 먹는 항암약은 아침과 다르다. 먹고 나면 많이 졸리고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서 저녁 항암약을 먹기 전에 잠잘 준비를 대부분 마친다.
무리되지 않게 약간은 피곤하게 하루를 마친다.
저녁을 먹고 난 뒤, 항암약을 먹고 발마사지를 하고, 건식족욕을 하면서 가벼운 책을 읽는다.
하루종일 부지런히 움직여서인지 노곤하고 졸리다. 그럼 불 꺼진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눕고 잠을 청한다.
나는 나의 항암치료를 마치는 동안 이러한 루틴을 잘 지켜내었다.
불면증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심하지 않게 잘 넘어갈 수 있었고,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으로 마음이 힘들지는 않았다.
나는 나의 경험으로 암환자의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부터 나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몸을 움직이며 일상을 지켜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