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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Oct 19. 2023

암은 나에게 찾아온 최고의 행운일지도...

나의 마음 돌보기

떡만둣국이 먹고 싶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축구동회회에 운동을 하러 가는 남편의 가벼운 저녁을 먼저 준비해 줬다.

2시간 후에 운동을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격한 운동이라, 음식은 소화가 잘 되는 가벼운 저녁식사로 준비했다.

 계란볶음밥이지만, 밥은 아주 조금만 넣고, 파와 양배추, 부추, 마늘을 넣어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먹지 않은 견과류와 방울토마토를 토핑으로 올려주었더니 깨끗하게 맛있게 먹는다.


나와 아이들은 떡만둣국을 먹기로 했다. 모두 좋다고 한다.  막둥이와 떡만둣국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막둥이는 나를 참 많이 닮았다. 고집이 세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다.

막둥이는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피부트러블이나 여드림이 나지 않아 피부가 좋았다. 성인이 된 후 피부트러블이 생기고, 피부가 나빠졌다.  호르몬문제는 아닌 것 같고,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고 했다.

막둥이는 어릴 적부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엄마가 죽거나 아픈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암을 만나기 전 몇 년부터 계속 엄마의 운동과 건강을 걱정했었다.


막둥이의 피부트러블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암을 만난 뒤 아이들이 나의 암을 잘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 막둥이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피부로 나타난 것 같다고...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잘하고 있고, 옆에서 엄마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이제 엄마의 건강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가벼워졌다고 했다.


"엄마는 암이 엄마에게 온 최고의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하다고 하겠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넌 무슨 말인지 알지?"

"응 알 것 같아. 엄마가 암을 만나고, 정말 많이 바뀌었어, 엄마가 바뀌니깐 우리 가족도 바뀐 것 같고, 모든 것이 더 좋아진 것 같아"

"엄마가 나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거든, 그리고 암 덕분에 좋은 습관과 삶의 방향도 찾은 것 같고. 엄마가 고집이 세서 남의 말 잘 안 듣고, 잘 안 바뀌잖아. 아마 암을 안 만났으면, 지금도 운동도, 나를 위한 노력도 안 했을 거야"

"응, 엄마가 암을 만나고 처음엔 무섭고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지금은 다행이다 생각을 더 많이 해"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긴 한데.. 엄마가 처음 암입니다.라는 말을 의사 선생님께 듣고, 잠깐 놀랬지만, 많이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거든. 엄마의 무의식이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항암치료는 정말 힘들긴 했지"

"맞아 그때 엄마 힘들어 보였어. 그래도 열심히 하루하루 열심히 보냈잖아 . 근데 엄마 떡만두국 진짜 맛있다. 감자랑 새우를 같이 먹으니깐 더 맛있는것 같애"


막둥이가 나의 암을 받아들이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우리 가족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떡만둣국을 먹었다.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 각자 힘들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대견하고 잘 견뎌냈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나의 암으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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