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야기를 시작하며

2024년 12월 13일 (D+365)

by 김부경

오늘은 그 일이 시작된 지 정확히 365일이 되는 날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던 하나의 완결된 시나리오 같은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이 2023년 12월 14일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그 일을 향하여 모든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모든 것이 다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준비해 두시고 나를 초대하셨다. 나에게 일어난 그 사건은 마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포장된 하나의 선물 상자 같았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 속에 들어가 안전하고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인생에 가장 두렵고, 슬픈 일이었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더없이 좋은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게 하셨다.


내일이면 12월 14일이다. 정확히 1년이 된 시점에서 내가 그 당시의 일기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때의 은혜를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하나님께서 매일 함께 해주셨던 그 기쁨과 감사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싶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었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얼마나 꿈처럼 좋았는지, 다 지나고 나니 그 시간이 무척 그립다. 그렇지만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던 그 큰 은혜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벌써 희미해지고 있다. 그 은혜가 더 잊히기 전에 기록해 두고 싶다.


둘째는 나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어차피 그 시간은 지나간다. 아무리 요즘은 별 일 아니라고 해도, 인간이기에 거칠 수밖에 없는 거대한 감정의 골짜기들이 있다. 나는 직업적으로 그 일에 대해서 너무나 환하게 알고 있으며, 신뢰할만한 동료들이 있고, 하나님께서 매일 약속의 말씀들로 인도해 주셨음에도 그 모든 감정들을 다 겪었다. 그러니 누구도 그 시간을 거쳐가는데 그러한 감정들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그 시간을 기쁨과 감사로 지나온 나의 이야기가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셋째는 이 일을 통하여 나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나의 글을 읽는 누군가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다.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당신을 창조하신 하나님이며,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며, 나를 위하여 이렇게 놀라운 일을 행하신 하나님이 당신을 위하여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 그것을 너무 알려주고 싶다. 만약 그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 지나고 있는 그 힘든 시간도 결코 어렵지 않다. 하나님은 그것을 알려주시려고 당신에게 초대장을 주신 것이다. 나를 부르신 그 은혜의 선물 상자에 당신도 부르신 것이다. 아마도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나에게 일어난 그 일을 통하여 그 하나님을 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떤 방법으로든 그 일에 쓰임 받게 될 것인데, 이 글도 그중에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


“여호와께서 환난 날에 나를 그의 초막 속에 비밀히 지키시고,

그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숨기시며,

높은 바위 위에 두시리로다 (시편 27:5)”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