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5일 (D-60)
병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 환자는 순식간에 연수를 가기 이전 수준으로 늘어났다. 강의로 마찬가지였다. 원래 연수를 다녀와서 한 군데서 얼굴을 비추면, 학계라는 곳은 좁은 사회라 금세 모두가 알게 된다. 10월이 되자 12월까지 외부강의 일정이 빡빡하게 잡혔다. 그리고 11월은 의과대학 학생강의가 가장 많은 달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의 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글로 남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나의 처음 생각은 ‘우리 아이가 6살에 질문을 해주었으니까 7살이 되기 전에 다 써야지.’였다. 아이의 생일이 1월 18일인데, 이러다가는 시작도 못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즈음부터는 강의 요청을 모두 거절하기 시작했다. 환자를 줄일 수는 없고, 의과대학 강의도 줄일 수 없으니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스케줄은 외부강의 일정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 미국에서 받은 은혜의 흔적이 남아있어 다 잘될 것이라는 생각, 하나님께서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감사하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체력도 이전보다 좋아지고, 잠도 잘 자고, 무엇보다 내 영혼이 건강하니 이전만큼 많은 환자들을 보아도 이전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내년에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