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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이야기-1

2023년 10월 24일 (D-50)

by 김부경

나에게는 친한 친구들의 그룹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당시 가장 많은 연락을 하고 지내던 그룹이 두 개 있었다. 한 그룹은 나를 포함하여 3명, 또 한 그룹은 4명이었다.


첫 번째 그룹의 S양과 L양은 서로 다른 제약회사 소속인데, 내분비내과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약제들의 영업 담당이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다. 연수를 가기 전 여러 가지로 나를 무척 많이 도와주었다. 사실 이 친구들과 친해진 것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면서부터였다. 코로나 당시 너도 나도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던 시절에 ‘교수님, 같이 유튜브 하실래요?’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갑자기 왜 유튜브를 하자고 했는지 어리둥절하다. 어쨌든 우리는 그 이전에도 친했지만 매주 유튜브 '호르몬 읽어주는 여자'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며 더욱 친해졌다.


두 번째 그룹의 세 친구는 우리 첫째 딸의 친구들 엄마들이다. 그중에 특히 J양은 나와 나이도 같고 이름도 비슷해서 더욱 친하게 지내던 친구이다. 지금은 내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왔지만, 우리 딸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그 친구가 참 많이 챙겨주었다. 하교 후 내가 없어도 우리 아이를 놀이터에서 봐주고, 여름엔 수영장에도 데리고 가주는 등 바쁜 나를 늘 도와주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다.


나는 꾸준히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예수님을 만나기를 기도해 왔는데, 9월에 초에 우리 교회에서 토요일 오전에 새 신자를 위한 성경공부 모임을 시작한다기에 S양과 L양을 초대했었다. 친구들도 나도 한 번만 가면 되는 것인 줄 알고 참석했는데, 12주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탄탄한 교회 담임목사를 내려놓고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오신 낮은 울타리 교회의 강신욱 목사님과 함께하는 모임이었다. 한 번만 가면 되는 줄 알고 온 친구들은 한 번만 오기로 했으니까 첫 주 이후에는 오지 않았다. 나는 왠지 목사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9월까지는 아직 덜 바쁘기도 했기 때문에,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계속 그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S양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방의 혹에서 조직검사를 하고 왔다고 기도해 달라고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열심히 기도했지만, 결과는 역시 예감한 대로 유방암이었다. 진단이 확정된 주말에 S양은 그 모임에 다시 나왔다. 모임을 마치고 같이 밥을 먹었다. 화이트와 골드 인테리어의 커피숍에서 핑크색 찻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코끝이 찡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둘 다 애써 눈물을 삼켰다. S양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교회에 가야 될 것 같아요. 하나님이 제 멱살을 잡고 끌고 오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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