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만 소중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
이사를 도와준 친구들과 이사를 마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다 함께 누워 쉬고 있었다.
여유롭게 마루에 널브러진 짐들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아! 아까 차에 실으려다 못 실은 주차장에 놔둔 갈색 3단 선반 안 들고 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으이그. 나중에 가서 가져와."
일명 하마라고 불리는 친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 귀찮은데... 그거 누가 가져가진 않았겠지?"
하마는 쿨하게 이야기했다.
저녁이 되기 전 이전 집으로 가보니 다행히 주차장에 선반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무사히 새집으로 귀환시킬 수 있었다.
자의가 아닌 누가 훔쳐가거나 가져가거나 잃어버린 타의인 경우
그것이 정말 중요한 물건이든 아니면 없어도 되는 물건이든
이별한 그 물건을 그리워한다.
처음 갈색 3단 선반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여러 생각들을 했다.
'설마 누가 가져갔을까?'
'가져갔으면 어쩌지... 새로 하나 사야 하나?'
'그 선반, 2만 원도 안 했었는데 새로 사도 되겠지?'
'2만 원은 땅 파도 안 나올 텐데 내가 너무 물건을 함부로 낭비하고 포기하는 건 아닐까?'
'언제 이전 집까지 가지...?'
등등의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을 일들에 대해 많은 생각과 걱정을 했다.
선반의 행방을 걱정하면서도 친구 하마의
"그건 이제 더 이상 너와 인연이 아닌 거지."라는 말이 웃기면서도
파페포포 시리즈에서도 잃어버린 물건의 행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라는 식의 대사와 책상 위에서 눈을 감고 손을 뻗고 있는 그림 그리고 책상 밑에 떨어진 지우개의 그림이 그려진 책의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람 간에도 서로의 인연이 있듯이
사람과 물건 간에도 인연이 있으며
만약 물건이 내 손을 떠나 없어졌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인연이 아니니
너무 상심하지 말고 훌훌 털어버리고 인연이 아님을 인정해 마음의 평온을 찾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마도 장난 식으로 인연이 아니었다고 말했겠지만
아마 잃어버린 물건에 얽매이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라는 그런 의미로 말했을 것이다.
만원이면 만원대로의 불안과 후회가 있을 것이고
백만 원이면 백만 원의 불안과 후회가 있을 것이다.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생길 것이며
잃어버리기 전으로 돌아가 소중히 간직하려는 시간여행의 공상도 해봤을 것이다.
많은 후회와 물건에 대한 그리움과 초조함, 불안, 걱정 등등의 어두운 감정들도 생길 것이다.
불안을 내려놓고 심신의 평온을 찾은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물건의 행방을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보자.
그럼 분명 어딘가에 당신이 찾는 그 물건이 있을 것이다.
가져갔으면 그건 이제 더 이상 너와 인연이 아닌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