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퇴사하겠습니다."

퇴사를 꿈꾸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by 초곰돌이

"저, 퇴사하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1년 동안의 고민 끝에 과장님에게 던진 말이었다.



2014년 5월.

나는 노트북 화면을 매우 초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딸깍-

마우스를 클릭하고 나는 얼른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렸다.

그리고 큰 심호흡을 한 후에 손을 살며시 벌려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축하합니다. 삼성중공업 최종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이야아아아아-!"

나는 그 자리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1년 6개월의 길고도 길었던 취준생 시절이 끝난 시점이었다.



취업만 하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잘 풀릴 줄 알았다.

아니 처음에는 내 소망대로 인생이 잘 흘러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을 알리는 길이었다.


삼성중공업이라는 대기업에 들어가 직장인이 되면 아르바이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댄디한 정장을 입고, 목에는 반짝이는 사원증을 매고,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근무복이라고 불리는 회색의 칙칙한 옷을 입고 새벽 6시 반에 졸린 눈을 비비며 회사 출근 버스를 탄다.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부치면 어느새 내가 일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해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중공업 특유의 쇠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사람들은 좀비처럼 걸어가 비좁을 엘리베이터에 몸을 구겨 넣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오늘 확인해야 할 선박 블록들의 도면을 챙기고,

안전화로 갈아 신고, 안전벨트를 착용한 후 안전모를 챙겨 아침 점호를 하러 나선다.


나는 삼성중공업 건조 2부 생산 기사다.

쉽에 이야기하면 조선소 도크장(DOCK)에서 배를 만드는 일을 한다.

용접 불꽃이 날리는 배 속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확인하고 나면 땀과 먼지와 쇳가루가 온몸을 뒤덮는다.

여름에는 항상 땀에 쩔어있고, 겨울에는 항상 추위에 손발이 얼어있다.


아침 6시 반에 출근해 퇴근하고 기숙사에 도착하면 저녁 10시 반.

하루 꼬박 16시간을 회사에 있는다.

다들 힘든 건 알지만 나 때는 원래 다 그렇게 일했다고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16시간을 일해도 시간은 부족하고, 신입인데 왜 이리 못하냐며 구박을 받는다.

"그것도 못해?"

"선배님... 제가 이 일이 처음이라... 제가 잘 몰라서..."

"모르면 다야?"

('네? 그게 무슨 논리죠?')


물론 좋은 일들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힘들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퇴사를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내 장수를 빌어주는 욕을 먹는 건 일상이었고 하루하루 긴장 속에 일을 했다.

욕을 먹고 실수를 하고 또 욕을 먹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자존감은 점차 바닥으로 내려갔다.

회사는 지옥이었고, 상사는 적이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내 생활 없이 살았다.

아니 그냥 버텼다.

월급은 생각보다 반토막이고, 일은 생각보다 10배를 했으며,

목에 사원증은커녕 목에 쇳가루 때만 쌓였고,

손에 커피는 고사하고 때 묻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취업했나'하는 후회가 태평양을 가득 채울 때쯤

퇴사를 결심했다.



과장님과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과장님 저 퇴사하고 싶습니다."

"와?"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뭐꼬?"

"강사가 되려고 합니다."

"마, 장난하나? 허튼 생각 하지마래이."

"오래 고민했습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라."


다른 날 차장님과 과장님 셋이 술을 마시는 자리가 생겼다.


"차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강사? 그래. 강사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나?"

"성공은 몰라도 해보고 싶은 일을 했다는 것에 후회는 안 남을 것 같습니다."

"꼭 해야겠나?"

"네, 꼭 해야겠습니다. 오랜 시간 계속 고민했습니다."

"강사 하는 사람들 많이 봤는데 그거 지금의 반도 못번데이."

"괜찮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고. 만약 그래도 정말 퇴사하겠다면 며칠 후에 다시 말하거라. 만약 그때도 퇴사한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바로 퇴사처리해줄게."

"네, 알겠습니다.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자 한잔 받아라."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차장님, 저 결정했습니다."

"그래. 앞으로 함께 더 열심히 해보자. 이제 일이 좀 쉬워질 거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2016년 1월 28일


나는 퇴사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페루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 인생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었나? 해외도 한번 못가보고...

모든 걸 잊고 마시 새 삶을 사는 듯 여행을 즐겼다.


그렇게 나는 나의 첫 직장과 이별했고

청춘 2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 좋은 삼성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무슨 고생이고?'라는 말을 듣긴 하지만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지금 사는 인생이 내 인생 같지 않다면

그저 돈만 버는 기계라고 생각이 든다면

좀 더 나은 삶은 아니더라도 좀 더 내 정신이 건강해지길 원한다면

한번 이 말을 진중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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