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출근을 하면 8시간 동안 꼼짝없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은 아니지만 자유가 없기에 감옥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감옥만큼 고통스럽지는 않겠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박탈된 자유는 직장인들을 현실판 노예처럼 느끼게 한다.
정해진 퇴근시간까지 우리는 돈이라는 필요 물질을 얻기 위해 일을 한다.
등가교환 법칙에 따라 일을 하고 돈을 받아 가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당연한 이치지만 언제나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고 노력 대비 더 많은 돈을 바라는 욕심을 잃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출근 후 8시간이 아니라 4시간으로 바뀌게 된다면 마음은 180도 달라진다.
출근이 하나도 두렵지 않게 되고 오히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일을 수행하지만 일을 보는 마음가짐이 바뀌게 된다.
유럽에서는 하루 8시간 일이 아니라 6시간도 있으며, 하루 6시간 근무로 했을 때 일의 능률이 더 올라가며 일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8시간을 일을 하고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면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기력이 탈진한 채 무의미한 밤을 보내기도 하는 직장인들인데 퇴근만 빨라져도 삶의 질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주 40시간이 아닌 주 30시간 또는 35시간이 되어 일과 삶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근무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건 개인의 바람이고 오늘은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지현이 동생인 선영이가 영태와 웨딩사진을 찍는 날이라 조퇴를 썼고 퇴근 후 촬영 장소로 향했다.
약간 바람이 쌀쌀했으나 하늘이 맑아 봄 같은 날이었다.
다른 사람의 웨딩 사진 촬영을 보며 우리 웨딩 사진 촬영이 떠올랐다.
첫 경험이 주는 떨림과 설렘이 공존했고 연신 쉴 새 없이 찍어대는 카메라 앞에서 어떤 포즈와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색하기만 했던 그때.
주인공들은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고 우리는 간식을 먹으며 하염없이 기다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년엔 사진에 큰 취미와 관심이 있었고, 올해는 동영상에 관심이 생겨 촬영 현장을 브이로그 감성으로 동영상으로 남겨주기로 생각했다.
사진도 좋지만 영상으로 봤을 때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이 더 잘 전해지는 것 같아 동영상에 눈길이 더 간다.
지현이가 브이로그를 자주 보기도 하고 우리도 곧 있을 일본 여행에서 여행 브이로그를 남겨볼까 생각하고 있기에 촬영 연습을 한다 생각하고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구도와 감성은 살짝 부족했지만 열심히 찍어주며 응원을 보냈다.
오후부터 시작된 촬영은 해가지고 밤까지 이어졌다.
아직 겨울이 남아 있어 밤공기는 쌀쌀했고 미처 챙기지 못한 외투에 우리는 추위에 떨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랑 신부도 지쳐갔고 함께 기다리는 우리도 지켜갔지고 떨어지는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기계적 칭찬 외침만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결혼을 두 번 못하겠다는 말은 결혼 준비가 그만큼 고난과 힘듦의 연속이라 다시 그 준비를 못 하겠다는 말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얼마나 웨딩 촬영이 힘든 줄은 잘 알고 있다.
주인공도 찍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고생이 많았다.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물과 추억이 있을 거라 이미 알기에 그저 묵묵히 함께 파이팅을 외칠 뿐이었다.
모두들 고생했다는 의미로 집 앞에 새로 생긴 '한양 고깃집'에서 수고의 저녁을 함께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다들 고기가 먹고 싶었는지 아무 말 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묵묵히 잘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8명이었지만 떨어진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고, 술을 먹는 4명이서 앉아 고기를 굽고 술잔을 기울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정신없이 고기를 입속으로 가져갔고 원 없이 배불리 먹었다.
음식이 앞에 있으면 눈이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천성인가 보다.
음식 앞에서 적게 먹는 사람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고기는 언제나 옳았고 오늘 하루 다들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