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주연 Sep 01. 2020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하여

[북스테이]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도 /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1년 만에 제주도를 찾았다. 코로나19로 올 상반기 계획했던 여행을 모두 취소하고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기도 했다.


그동안 제주 공항 근처에는 '디앤디파트먼트'라는 숙소가 새로 생겼다. 이태원에도 매장이 있는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에서 시작한 가게다. "롱 라이프 디자인"을 모토로 버려진 물건 중 디자인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을 발굴해, 그 물건과 생산자의 이야기를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지역 산업 지원, 디자인 여행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히다가 창업주 나가오카 겐메이의 오랜 꿈이었던 호텔을 세계 최초로 제주도에 연 것이다.


지인이 운영하는 소셜벤처 '공간주'(대표 이정옥)에서 활동하며 두 회사의 미션이 서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나가오카 겐메이 저, 에피그람, 2014)을 찾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공간주' 또한 서울 구도심 내 방치된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내 전달함으로써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 온기로 공간을 지속 가능한 곳으로 재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는 열자마자 입소문이 나 입구부터 북적였다. 하지만 체크인을 하고 투숙객만 입장할 수 있는 3층으로 가자 식물과 빛으로 가득한 평화로운 라운지 공간이 펼쳐졌다. 이름을 확인하고 열쇠를 주는 대신, 직원이 방까지 안내해주었다. 재밌는 점은 방 문에 호수가 따로 적혀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위치로 자신의 방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라운지에는 똑같은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가 나열된 게 아니라 '디앤디파트먼트'가 오랜 시간 동안 수집했을 갖가지 가구가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빨간색 의자와 초록색 캐비닛 사이"라는 식으로 내 방을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방에 들어서자 싱글룸임에도 잠자는 공간 뿐 아니라 깨어있는 시간 동안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히 확보되어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직원은 온도와 습도, 조명의 조도, 침대 블라인드 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떠났다. 오랜만의 비행으로 지쳐있던 터라 먼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나머지 벽을 이룬 노출 콘크리트와 달리 침대 주변은 목재로 아늑하게 마감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감각적이면서도 모든 것을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방 안과 라운지의 모든 가구, 소품은 구입 가능하다고 했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는 '아라리오 뮤지엄'과 협업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투숙객에게는 '아라리오 뮤지엄' 관람권을 제공했다. 호텔 바로 맞은편 탑동시네마점과 동문모텔 1,2호점 모두 방문할 수 있었다. 나는 작년에 탑동시네마점에 다녀왔기에 이번에는 동문모텔 1,2호점에 가보기로 했다. 항구 근처라 숙박업소가 많았는데 그중 낙후된 곳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했다. 과연 여관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문과 창문, 화장실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를 모티프로 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었다.



1호점에는 옥상도 있어 나가 볼 수 있었다. 제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아주 오래 비어져 있었던 게 분명한 구옥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공간주'에서 활동하면서 든 습관대로 여기서 뭔가 재밌는 걸 해보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마 내가 전시를 보고 있는 이 공간도 아래 건물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낙후된 동네에 예술로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아라리오'와 '디앤디파트먼트'의 만남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호텔로 돌아와 1층 식당에서 제주에서 직접 공수한 식자재로 요리한 저녁을 먹고 2층 매장에서 제주 특산품과 수공예품을 둘러보았다. 서울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반 제품들도 있었다. 낡고 촌스럽다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 물건들이 새로 닦이고 수리되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재활용품 치고는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디자인이 그렇게 특이한 것 같지도 않은데, 힙스터들이 괜히 유행에 휩쓸려 좋아하는 척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쉽게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에서 벗어나고 장인 정신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각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코로나19는 참고 기다렸다 지나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일시적인 질병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에 근본적으로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전 지구적 재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 자연환경과 함께 원헬스로 묶여 있는데 환경을 파괴하고 그래서 쫓겨난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그전에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는 것일 테다. 그를 추동하는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는 지속할 수도 지속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날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자리수에서 세 자리수가 되더니 제2차 확산이 무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조금 해이해졌던 생활 방역의 고삐를 다시 붙잡았다. 마스크를 쓴 돌하르방이 더 이상 낯설지도 않은 뉴노멀을 살게 된 것이다. 한동안 다시 외출을 자제하는 동안 코로나19 이후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조금 더 깊이 탐구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앤디파트먼트 북스테이 유튜브 보러 가기:

https://youtu.be/Jf3AruzDHXU

이전 10화 소설과 함께 리트릿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