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품 7인방 중 4개 사가 교토에 있다. 교토는 도자기 산업 영향으로 세라믹 공업이 발달했다. 교세라, 무라타, 롬, 일본전산이 모두 교토 기업들이다.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업체 무라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원래 50%를 넘었지만 한국 삼성전기의 추격으로 최근 점유율이 낮아졌다. 세라믹은 전자산업에서 절연재로 사용된다. 전류의 흐름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기회로가 있는 곳에는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스마트폰 한 개에 천 개, TV에 2천 개, 전기자동차에 1만 개 정도 들어간다. 자율주행차에는 훨씬 많은 양이 들어간다. 4차 산업 혁명의 수혜 재료인 셈이다.
초미세 기술집약 부품
MLCC는 고부가 부품이다. 쌀 한 톨 만한 크기에 니켈과 세라믹이 700층으로 쌓여 만들어진다. 와인 잔 반 잔 분량에 1억 원이 넘는다. 공정도 어렵다. 재료, 소결, 분쇄 방법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 천 번의 시험 공정을 거친다. 가령 블루투스용 MLCC 중에 수축률이 약간 높은 것이 발견되면 제조공정을 피드백한다. 원재료가 문제일 경우 재료 선별 작업이 반복되어 불량률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소결 분쇄 공정은 90가지로 나눠지고 이는 다시 8개 그룹으로 분류돼 심화시킨다. CASE (연결, 자율, 공유, 전기)로 알려진 미래차의 소재 개발을 위해 무라타 쓰네요 CEO는 미국 전기차를 구해 분해하기도 했다. 수요에 따라 다양한 제품 특성 때문이다.
BD 제도
무라타에는 BD(Business Developer) 제도가 있다. 현장의 수요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해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일반 기업의 세일즈 직원들은 고객의 요청사항을 접수하면 본사로 연락한다. 연구개발, 생산 조직의 검토를 거친 결과를 고객에게 피드백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무라타는 기술을 잘 아는 직원을 해결사로 지정해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처리한다. 가령 1년의 공정을 6개월로 단축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본사 R&D, 생산 부서의 검토를 받는다. 무라타의 BD는 현장에서 즉시 판단해 답변을 한다. 물론 전문성에 기반한 솔루션이다. 무라타 연구개발 조직은 효율이 높다. R&D 팀이 생산 계획에 직접 개입한다. 제품이 기획될 때 R&D 로드맵이 수립되고 로드맵은 고객, 제품, 기술로 나뉘어 세분화된다. 만들어진 로드맵은 영업, 생산 등 전체 관계 부서에 공유된다. 로드맵에는 BD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다.
무라타 코리아
2001년 설립된 무라타 코리아는 전체 그룹 매출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에 10년 이상 근무 중인 후지모토 세이지 한국 법인 대표는 한국 직원들의 업무 집중력, 목표의식을 장점으로 평가한다.글로벌 인력 순환, 육성도 인상적이다. 한국 법인 직원이 본사와 해외법인에 파견된 직원이 10명을 넘는다고 한다. 무라타의 부품 1등에는 이유가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