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 양광모, <가장 넓은 길>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건 자신이 원했던 모습과 동떨어진 삶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눈에 덮인 길이 보이지 않고 어둠에 묻힌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눈에 덮여 있고 어둠에 묻혀 있는 길을 20년 넘게 노력하여 찾아낸 여인이 있다. 그녀는 KBS가 2011년 방영한 <녹색성장, 오아시스를 꿈꾸다>에 나오는 인위쩐이다.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가 정해준 혼처를 따라 사람 한 명 구경할 수 없는 황량한 사막으로 시집온 여인. 그녀는 어느 날 사람 발자국을 발견한다. 발자국을 세숫대야로 덮어 오랫동안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사막의 모래바람은 그마저 앗아가고 만다.
그 땅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생명이 너무 절실했기에 여인은 사막 한가운데 생명력 넘치는 숲을 일구기로 한다. 그녀는 그때부터 서서히 사막을 다스려가기 시작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은 모우쑤 사막은 풀 한 포기 허락하지 않는 땅이다. 한 여인이 모래 위에 나무를 심는다. 그녀의 노력이 무모해 보인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자신이 심은 나무를 찾아다니며 물을 주고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벌레를 잡거나 묘목 단을 지고 모래 언덕을 올랐다. 너무 고된 일상 때문에 첫째 아이는 조산했고 둘째 아이는 유산했으며 셋째 아이는 바구니에 넣어 다니면서 나무를 심어야 했다.
중국의 4대 사막 가운데 하나인 모우쑤 사막. 봄이면 바람이 모래언덕을 옮길 정도로 강하게 불어 ‘움직이는 모래언덕’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인위쩐은 이곳에 사막의 모진 모래바람에 맞서 숲을 만드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1년 365일 인위쩐이 하는 일은 풀 한 포기 살아남기 힘든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사막을 사람이 살 만한 땅으로 만들고 싶었던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나무심기였다. 그녀는 스무 살의 나이에 모우쑤로 시집을 왔다. 인위쩐은 나무를 심기 위해 자치구 임업국에 사막 2만 무를 임차했다. 여의도의 두 배에 달하는 넓이다. 묘목을 살 돈조차 없었던 그녀는 일을 해주고 품삯 대신 받은 묘목을 사막에 심기 시작했다. 비교적 사막 적응력이 뛰어난 백양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단 한 그루도 살아남지 못했다.
“모래바람 때문에 하늘이 안 보였거든요. 암흑 천지였어요. 나무를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였을 거예요. 하늘만 원망했죠. 모래바람이 너무 셀 때는 화를 내면서 긴 나무 지팡이로 하늘을 쿡쿡 찔렀어요. 하지만 하늘이 너무 높아서 닿을 수가 없었어요.”(배용화․이지윤, <녹색성장, 오아시스를 꿈꾸다>)
그래도 인위쩐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나무심기는 20년이 넘게 계속되었고 거듭된 실패는 그녀에게 사막에서 나무를 살리는 법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바로 풀씨였다. 풀씨를 모아 가을에 모래바람을 뚫고 사막에 뿌렸다. 풀뿌리가 뻗은 곳의 모래는 다른 곳보다 입자가 작고 고르며 단단히 뭉쳐 있다. 그 때문에 풀이 있는 곳에 심은 나무는 강한 모래바람에 쉽게 뽑히지 않았다. 인위쩐은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여의도의 70배에 달하는 4,600평방미터 사막을 숲으로 되돌렸다.
2011년 8월 KBS 취재진이 찾아간 모우쑤 사막은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푸른 숲이 우거진 모우쑤 사막의 밭에는 뜨거운 햇볕을 받고 자란 각양각색의 농작물들이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풀 한 포기 살아남기도 힘들었던 모우쑤에서 경작이 가능했던 건 징베이당(경이로운 우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의 나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물이 꼭 필요했고, 인위쩐은 여러 번 실패한 끝에 마침내 우물을 파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아직도 사막에서 물이 솟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처음에 사막에서 물이 나왔을 때, 한 번에 물이 솟아나오니까 정말 기뻤어요.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왔어요. 울다가 웃다가 그랬죠.”(배용화․이지윤, <녹색성장, 오아시스를 꿈꾸다>)
우물이 생기자 모우쑤의 생활은 빠르게 변했다. 농사가 가능해졌고 모우쑤는 더 이상 쓸모없이 버려진 사막이 아니었다. 살기 힘들다며 고향을 떠났던 이웃들도 그 소식을 듣고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모우쑤의 경작지는 해마다 두 배씩 늘어났다.
그때 모우쑤 사막으로 돌아온 부영국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우쑤 사막을 떠날 당시에는 수입이 안 좋아서 도시에 가서 막노동을 시작했어요. 나가 있다 보니 7~8년이 흘렀고요. 그 후 우물이 생겼다고 해서 돌아왔어요. 우물도 있고 다시 농사를 짓다 보니까 오히려 막노동을 할 때보다 수입이 더 높아졌어요.”(배용화․이지윤, <녹색성장, 오아시스를 꿈꾸다>)
우물이 생기면서 사막의 나무들이 살 확률도 높아졌다. 언제든 우물의 물을 끌어와 나무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위쩐은 지금도 하루의 대부분을 사막의 나무들을 돌보면서 지낸다. 인위쩐이 26년 동안 땀과 눈물로 가꾼 나무들은 그녀의 자랑거리이자 모우쑤의 상징이 되었다.
사막에 숲을 만들어 중국의 전설이 된 인위쩐. 그녀는 마음속에 있는 가장 넓은 길을 찾아내어 현실로 만들었다. ‘희망’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것임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