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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이 Apr 11. 2021

역전의 가능성

체력을 놓으면안 되는이유

우리의 희망 어린 예상대로 남편은 필기시험에 합격하였다.

남편은 체력 학원 강당에서 합격생들과 함께 포효하였고, 나는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는 남편의 수험번호 다섯 자리를 눈에 새겨 넣고는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이미 5일 전부터 체력 학원에서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은 우왕좌왕할 것 없이 하던 대로 실기시험 준비를 계속하면 되었다.


경찰 공무원 수험생 카페를 눈팅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할까요 말까요' 유형의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틈틈이 체력을 준비해야 할까요?'이다. 처음에 소개하였듯, 경찰공무원 시험은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필기시험 뒤에 실기(체력) 시험을 실시한다. 면접은 그다음이다. 모든 경찰시험 수험생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체력시험 준비를 틈틈이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것은 이러한 미래 가정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 전체 시험 중 필기시험의 비중이 더 높으니, 필기 배수만 확보해놓으면 체력은 평균만 받으면 되지 않은가?

두 번째: 일단 필기부터 붙어야 체력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 운동할 시간에 필기시험 준비에 매진하여 입장권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은가?


첫 번째, 두 번째 가정 둘 다 체대, 프로 운동선수 출신이거나 필기시험 초고환산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험생, 또는 필기와 체력 모두 자신 있는 괴물들이라면 가뿐하게 패스해도 좋다. 그러나 본인이 1, 2점에 울고 웃을 보통 분들이라면 생각을 돌리는 것을 권유한다.


조언 1: 필기를 아무리 잘 쳐도 0.1% 초고환산이 아니라면 체력시험에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순경 공채 시험의 합격자는 필기시험 50%, 체력검사 25%, 면접시험 25%의 비율(자격증 5% 포함)로 합산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결정한다. 이렇게 액면가대로만 보면 필기시험에서 초고득점을 올려 고환산 배수 안에 진입하여 그 후에 있을 체력과 면접에서 조금 수월하게 가도 되는 전략을 취해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따져보면 다르게 해석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스텝 1) 필기시험에서는 생각보다 고득점의 점수를 얻기 쉽지 않다.

총 다섯 과목 총 500점 만점으로, 필기시험에서 득한 조정 점수의 1/10이 최종 필기점수가 된다. 그런데 국사, 영어 등 공통과목은 원점수 그대로를 가져갈 수 있는 반면 형법, 형소법, 경찰학, 국어, 사회 같은 선택 과목은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조정되어 대개는 취득한 원점수에 비해 점수가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섯 과목 원점수 400점을 받아도 과목당 조정에 따라 실제 350점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전체 50점 만점 중 35점만을 득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스텝 2) 체력시험의 최종 환산 점수는 생각보다 높다.

총 다섯 종목에 개당 10점 만점으로, 체력시험에서 득한 점수의 1/2이 최종 체력점수가 된다. 만약 각 종목당 8점씩을 득하여 총점 50점 만점에 40점을 득하게 되는 경우, 전체 25점 만점 중 20점이라는 꽤나 큰 점수를 얻게 된다. 필기시험에 비해 체감 폭이 크다.


이해를 돕기 위한 스텝 3) 필기 50% + 체력 25% + 자격증 5% 합산 시 점수를 비교해보자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알기 쉽게 A와 B를 비교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A의 합산 점수: 필기 31점(500점 만점 중 310점) + 체력 22점(50점 만점 중 44점) + 가산점 5점 = 58점

B의 합산 점수: 필기 35점(500점 만점 중 350점) + 체력 17.5점(50점 만점 중 35점) + 가산점 5점 = 57.5점


아슬아슬하게 필기시험 커트라인 안에 문 닫고 들어온 A는 웃었고, 여유롭게 배수 안에 안착하였다고 안심하였던 B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필기시험에서 원점수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체력시험에서 차이가 나 버려서 바로 역전당해버린 것이다. 이래도 체력을 놓을 텐가?


조언 2: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체가 운동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체력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누구나 부상과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다. 체력 학원에 모인 학생들은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연습하다가도 시험이 다가올수록 하나 둘, 아파진다.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잘 달리다가도 햄스트링을 다치기도 하고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지어 체력시험 당일에도 부상을 입고 가방 싸서 집에 가는 분들도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우리 몸이 격렬한 운동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 통증이나 부상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드는 것이 좋다. 나만은 안 다치고 안 아플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고득점을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접하지 않던 보통 사람들에게 경찰 체력시험 종목과 기준은 다소 격렬한 운동에 속한다. 남들은 과목당 10점 만점에 7, 8점을 목표로 하는데 혼자 5점 받고 만족할 수험생이 어디에 있을까.


자, 이래도 체력시험 준비 미리 안 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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