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산타페에서 콜럼버스를 생각하다

콜럼버스, 어디까지 알고 있지? - 첫번째 이야기

by Jaeho Lee

여행 시작 후 처음으로 인디언과 상관없는 많은 일들을 처리한 날이다. 우선 세차를 했다. 렌터카를 세차해보기는 난생 처음인데, 차코캐년을 다녀오면서 뒤집어 쓴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비라도 좀 내리면 좋으련만 이곳 날씨로는 기대하기도 힘들다. 좀 더 산뜻한 모습으로 산타페에 들어가길 원하는 아내를 위해 셀프 세차장에서 수고를 들였다.


그리고 동양슈퍼에 들러 응급식량을 조달했다. 햇반과 3분짜장과 볶은김치. 그리고 우동사발면. 한국에서부터 사올지 고민했던 아이템들이었는데, 현지 적응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제외했었다. 그런데 너무 한국 음식에 의존할 필요도 없지만,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는 외진 곳에 묶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필요할 것 같다. 정말 비상용으로만 사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은행 일을 보았다. 미국 대부분의 은행은 토요일에 문을 닫지만, 상점가에 위치한 지점들은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그리고 산타페로 향했다. 13년전 커다란 RV를 몰고 산타페 도심의 좁은 도로로 진입해서 주차할 장소를 찾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RV로 다니는 것은 숙식이 한 방에 해결되는 장점은 있지만, 산타페처럼 길이 좁고 도심이 아름다운 지역을 편히 즐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당시에 산타페를 또 방문할 일이 있으면 그땐 예쁜 어도비풍의 시내 호텔에 묶어보겠다고 생각했었다. 해서 그런 호텔을 잡았다. Hotel Santa Fe.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맘에 드는 호텔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값이 비싸기는 하다.


호텔에서도 여러 일들을 했다. 우선 빨래. 마침 호텔에 코인세탁실이 있었다. 그리고 호텔 Gym에 가서 여행 후 처음으로 운동도 했다. 그 동안 별다른 운동 없이 차에 오래 있었던 관계로 몸이 무거웠던 것 같다.


계획했던 대로 인디언 관련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대신에 비인디언 업무를 많이 처리했던 하루였다.

캐년로드로 나가 점심을 먹고 갤러리들을 구경하다가 마가리타를 한 잔 했다. 저녁때는 다운타운 플라자 근처로 나가 루프탑 바에서 석양을 보며 맥주 한잔과 이런저런 안주로 식사를 했다. 뜨거웠던 낮시간과 달리 저녁에는더운 느낌이 전혀 없고 바람도 시원 상쾌하다. 그렇게 산타페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산타페는 그런 곳인 것 같다. 굳이 무엇을 하려고 할 것도, 그럴 필요도 없는 곳. 하지만 그냥 그곳에 있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 곳.

오늘은 휴식하는 날이기는 하지만 인디언 관련 이야기를 또 꺼내본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당일 방문한 장소 관련 이야기를 하느라고 바쁜 만큼 일반적인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다. 해서 이렇게 휴식하는 날에 일반적인 주제들을 한 번 다뤄볼까 한다. 오늘은 인디언이라는 이름을 처음 (잘못)붙인 콜럼버스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의 섬에 상륙해서 자신이 지구 반대편을 돌아 인도에 도착한 줄 알고 그곳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을 인디언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콜럼버스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고, 또 잘못된 것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상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해서 수평선 너머로 나가면 떨어져 죽는 줄로만 알던 시기에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고 선각자처럼 외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항해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때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진실은, 콜럼버스가 출항했던 1492년 당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이 확신하지 못했던 것은 지구의 크기였다. 인도로 가기까지 항해해야 하는 바다의 길이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반대편으로 항해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콜럼버스는 그 거리를 실제 거리의 1/4 정도로 적게 잡았다. 또한 당시 유럽인들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또 다른 거대한 대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존재는 어쩌면 콜럼버스에게 대단한 행운일 수 있다. 만일 아메리카 대륙이 없이 대서양이 바로 태평양으로 연결되었다면, 콜럼버스는 아시아에 도달하기 전에 식량부족으로 굶어 죽었거나(그는 21일간의 항해로 아시아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다), 선원들의 반발로 배를 돌려야 했을 것이다. 선원들은 항해가 4주를 넘어서면서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보면, 콜럼버스는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고, 선각자로 기억되기 보다는 무모할 정도로 추진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콜럼버스가 처음 도착한 곳은 바하마 제도의 어느 섬으로 추정된다. 콜럼버스 일행은 벌거벗은 원주민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아시아에 도착한 것으로 믿었기에 이들을 Indio라고 불렀고(당시 유럽에서는 인도 동쪽의 아시아지역을 Indies로 통칭했다), 오늘날 인디언 호칭의 기원이 된다. 콜럼버스가 아시아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만났던 원주민들의 선조들이 오래 전 아시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보면, 그가 이들을 아시아사람(인디언)이라고 부른 것은 결과적으로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 섬에서 어떤 원주민의 코에 매달린 금붙이를 확인한 콜럼버스는 이들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금이 많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남쪽으로 항해를 하여 쿠바에 도착한다. 당시 콜럼버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도를 토대로 이곳을 아시아 끝에 있는 일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금으로 치장된 궁전을 찾을 수는 없었다(마르코폴로는 일본에 그러한 궁전이 있다고 기술하였음). 이에 콜럼버스는 자신이 일본이 아닌 중국 연안에 상륙했다고 생각하고 내륙에 있는 중국황제를 만나기 위해 사절단을 파견한다. 당시 스페인 국왕은 이런 상황을 위해 중국국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콜럼버스에게 주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금을 발견하지 못하는데, 이곳 원주민들에게 그 남쪽에 있는 Bohio라는 섬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그곳에는 Canibales라는 종족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종종 쿠바에 상륙해서 주민들을 포로로 잡아가고 심지어는 식인 풍습까지도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 식인종을 뜻하는 단어인 cannibal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콜럼버스는 이들이 자신이 만났던 부족보다 더 앞서있는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찾아 나선다.


이 새로운 섬에는 드넓은 벌판이 있었는데, 콜럼버스로 하여금 고향을 떠올리게 하였고, 그는 Hispanola (스페인을 의미하는 이름)섬이라 이름 붙였다. 이 섬은 지금의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있는 섬이다. 이곳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콜럼버스에게 내륙쪽 Cibao라는 곳에 막대한 금이 매장되어 있다고 알려주었고, 이 이름이 일본을 의미하는 Cipango와 유사하게 들렸기에 콜럼버스는 자신이 마침내 일본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에서, 콜럼버스는 수집된 정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수집된 정보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에 끼워 맞추는데 탁월한, 과도한 자기확신형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랬기에 애초에 정확한 거리도 알지 못한 채 지구 반대로 도는 항해도 무모하게 밀어 부칠 수 있었을 것이다.


휴일인데,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콜럼버스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새롭고 흥미진진했었는데, 나의 이 요약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다. 간단하게 줄여서 소개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이야기가 꽤 길어질 듯 하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멈추도록 한다. To be continued on the next rest day.


내일은 타오스(Taos) 푸에블로를 방문한 뒤, 진로를 북으로 바꿔 다시 콜로라도주로 넘어갈 예정이다.


한가지 더. 여행 시작 후 오늘 처음으로 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지금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있다. 피부에도 휴식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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