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말을 걸 때

by 클로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특히 교사로서 학교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사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교실과, 완벽한 아이들과, 완벽한 일 년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현실에서는. 그러한 당연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인생의 사실을 나는 교사가 되어 매년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 느끼지만, 아이들은 단순한 학생들이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주는 선생이다.


지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얌전한 여학생들만 모아놓았다는 우리 학교에서도 역시 매년 많은 일이 일어난다. 오히려 살아오면서 칭찬만 받고 자라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쉽게 무너진다. 예의가 발라 보이지만, 본인이 유리한 상황에서만 선택적으로 가식적인 예의를 차린다. 선생님을 생기부를 작성하는 서비스 센터의 직원쯤으로 대한다. 학교에서 꾸중을 들었을 때는 집에 고자질을 하고 학부모는 우리 아이의 마음의 '상처'를 책임지라고 도로 다그친다. 그 사이에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학교에 대한 불평불만은 더욱 많아진다. 아이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이 가득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절대 탓하지도 나무라지도 못한다. 그저 지켜보거나 감쌀 뿐. 성적 경쟁 속에 무너진 자존감이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심리적 불안감, 교우관계에서의 갈등으로 변하고 다시 성적이 낮아지는 악순환.

처음에는 우수하고 모범적으로만 보였던 아이들이 이러한 모순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항상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 쉽게 오르지 않는 성적, 떨어지는 집중력, 여자 아이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 이런 환경에서 3년이나 온전한 정신으로 버틴다는 것은 원래 자존감이 탄탄한 아이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연민심을 느끼면서도 버릇없는 언행이나 무책임한 행동들을 볼 때면 정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매일, 내 마음에도 사랑과 미움이 교차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본다. '현실은 내 마음의 반영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나의 모습을 비춘다'라는 삶의 진리를 생각해보면, 아이들과의 갈등도 내 마음의 상처를 일깨우는 어떤 계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우리 반에는 2명의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면제를 먹은 듯이 잠을 자고 공부는 전혀 하지 않는다. 청소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잠에 취해 본인이 살아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이 잠을 잔다.

가정환경에도 문제가 없고 교우관계도 멀쩡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활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낮과 밤이 바뀌어 고치기가 너무 힘든 것뿐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무기력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다. 공부는 왜 하는지 모르겠고, 학교는 답답하고, 그런데 좋아하는 것은 잘 모르겠고, 자퇴할 수도 없고, 아침에 눈뜨기가 힘들고, 수업도 못 듣겠고.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데, 왜 내 모습이 보이는지. 지난 5년간 사회인으로서 열심히 일하면서, 생각과는 다른 현실에 열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아침에 겨우 눈을 떠서 부랴부랴 출근하는 내 모습. 내가 원래 좋아하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린채, 올바른 교사만이 내 정체성이 된지 오래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직업을 그만두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학교도 싫고 사람도 싫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마음속에 실망과 슬픔과 회의감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지친 내 모습….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말을 건다. 저 모습이 네 모습이지 않냐고. 작은 책상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엎드리고 있는 모습을 미워하는 것은 결국 무기력한 내 모습을 미워하는 것이다. 학교를 싫어하고 답답해하는 저 아이들처럼, '나도 세상이 정말 싫다, 모두가 밉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아이들은 내 모습을 보게 한다. 올해의 과업은 무기력을 극복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나도,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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