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감각

지하실로 넣어버린 모든 감정들을 위해

by 클로이

내 몸을, 나란 존재를 항상 오감으로 의식하고 있듯이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부터 내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묵힌 감정들이 있었다는 것이 요즘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제야 올라오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살기 위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평범한 아이임을 포기하고 내 마음속에 묻어두고 버려오던 모든 감정들. 수치심, 열등감, 서러움, 소외감, 고립감,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깊은 슬픔과 외로움, 절망감은 나를 이루는 성분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겪어야 했던 그러한 감각. 되풀이되는 여러 사건들과 절망감 사이에서 봐야 할 것은 진짜 내 모습이었다.


<웅크리고 앉아 밤마다 베개를 적시던 소녀>


는 아직도 내 안에 있고, 안아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아이와 잘 살아가는 것이 이번 생의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된 감각,


사람들과 떠들고 웃고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소통해도 사라지지 않는 내 안의 슬픈 그림자,


생체 시간이 지나도 영혼의 시간은 그대로이다.

슬픔을 충분히 느끼면 행복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슬픔을 너무 느끼지 않으려, 회피해서 슬픔을 느끼라는 숙제가 생긴 건지도 모른다. 지나고 보면 세상은 자꾸 슬픔을 느끼라고, 저항하지 말라고 부추기고 나에게 여러 사건을 일으켜왔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절대 거짓말할 수 없다.


이제는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감정들을.


나만은 나를 알아주어야 한다. 똑바로 봐주어야 한다.


나는 세상이 아닌, 나를 살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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