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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걷는 시간
02화
그러고 보니 추석은 엄마의 기일
기일이 돌아오고 삶은 계속된다
by
클로이
Sep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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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면, 여전히 엄마가 생각난다.
이제는 눈물이 나거나 찡하지는 않다.
하지만 15년 전의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할머니의 다급한 외침(할머니도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그때의 기분은 악몽 속에 발을 간신히 내딛고 서있는 기분이었다.
내 인생 최초의 끔찍한 꿈
그때 나 스스로 이게 꿈인가 싶어 몇 번이나 눈을 껌뻑 껌뻑 거린 것 같다. 사실, 아픈 엄마가 혹시 돌아가시지는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은 영안실에 누워있는 엄마의 죽은 몸.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어린 동생과 하얀 상복을 입고 장례식에 우두커니 서있을 때도, 화장을 할 때도, 오히려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건 끔찍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명절 연휴가 지나고 학교에 갔고, 담임 선생님께는 엄마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엄마가 죽고 나서 처음 본 교실의 칠판은 전과 달랐다. 아득한 초록색.
나는 학교에서도 절대 울지 않았다.
분명히 똑같은 칠판이었지만, 내 인생은 엄마 없는 세상으로 달라졌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인생은 끝없는 인내와 그리움과 슬픔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은 나에게 삶의 가치를 알려주었고, 암흑 같은 시간을 담보로 강철 같은 정신력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성숙함을 주었다.
나는 삶을 존중하게 되었고,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악몽이 아닌 내 인생의 일부로..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한 엄마는 나의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삶의 중요함을 알려주신 고마운 엄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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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음
추석
Brunch Book
상처를 걷는 시간
01
오래된 감각
02
그러고 보니 추석은 엄마의 기일
03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죽을 거야
04
흔들리지 않는 시간
05
내 안의 자유
상처를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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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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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작가가 꿈인 영어 교사. 마음에 잔상이 남는 일상의 일들과 저만의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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