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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Aug 01. 2024

다시 찾은 그곳에는 그 사람이 없었다

제주도 서귀동 천짓골보쌈, 에필로그2

제주도 표선 앞바다의 모습

여러 번 제주도를 반복했지만, 내게 남은 제주도는 그 사람과 만났던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4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천짓골 식당도 가고 싶었다. 머리를 쥐어 짜내며 다른 언어를 쓰지 않아도 되고 인종차별로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비행기를 탈 수 있어서 은근 해외여행 같은 느낌도 낼 수 있는 곳. 제주도로 2주의 휴가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포로 가는 길은 설렜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공항이지만 언제나 비행기를 타러 가는 일은 날 들뜨게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선선한 바람이 나를 맞이했다. 야자수 나무도 눈앞에 보였다. 그래 이곳이 제주였지. 하는 마음으로 숙소를 향해 떠났다. 그리고 짐을 다 내려놓은 채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몇 시간을 잤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계는 오후 2시를 나타내고 있었다. 대충 씻고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은 갈 곳이 있었다. 천짓골 식당이었다.


어제 빌린 차를 타고 천짓골 식당으로 달렸다. 숙소는 제주, 천짓골 식당은 서귀포. 50분 정도 달려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다. 저녁에만 장사하기 때문이다. 근처 카페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때우고 가게가 열기 20분 전쯤 가게 근처로 갔다. 

    

역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곳이지만, 오늘은 혼자 먹겠다는 일념으로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들어선 가게는 어느덧 좌식이 사라졌고 내부도 살짝 바뀐 느낌이었다.

     

나도 바뀌었다. 환경도 상황도 대부분의 것들이 조금씩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간이 지났다는 걸 체감했다. 혼자서 한 덩이를 다 먹을 수 있겠냐는 농담이 내게 던져졌고 나는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천천히 고기를 음미했다.

     

영화였다면, 소설이었다면 천짓골에 들어선 순간 그 사람을 만났어야 했지만,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다는 노랫말처럼 나도 볼품없어지는 듯했다. 

    

아무렴 어때, 맛있으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나는 천짓골의 고기들을 즐겼다. 그러면서 그 사람과 나눴던 순간들을 기억해 봤다. 기억이 또렷하진 않았지만 좋았던 그 감정들, 설렜던 그 순간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애써보았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나는 표선으로 향했다. 밤바다, 이야기가 오갔던 그 시간. 그곳을 찾기 위해 내 발걸음은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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