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보마, 세 번째 이야기
보마에 수육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금물이다. 1편에 나왔듯 보마에는 보쌈 외에도 여러 다양한 메뉴가 있다.
수육의 뒤를 잇는 편육, 냉제육도 있고 두부 짜글이와 재첩탕 등 탕종류가 있다. 다양한 술이 있는 만큼 술과 어울리는 안주를 고려해서 편성한 것 같다.
오리고기 고수 무침과 바지락 미나리 무침, 그냥 고수 무침도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메뉴임에도 넣어놨다는 건 분명히 맛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모둠포와 올리브 치즈 크래커, 송화버섯과 방앗간 참기름, 방앗간 들기름 두부구이와 계란프라이 등 주전부리도 있다.
수육으로 모자란 배를 채우기 위해 두부 짜글이와 오리고기 고수 무침을 시켜봤다.
보기만 해도 고수향이 듬뿍 날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고수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우선 오리고기는 그렇게 뛰어난 퀄리티는 아니다. 이미 훈제돼서 나온 오리고기를 한 번 더 데워서 고수무침과 함께 내놓는 것 같다. 기성품의 맛 같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아니고 먹을만한 정도다. 생로스를 가져다 썼다면 다른 맛이 났으려나.
고수무침은 고수를 선호하지 않는 내가 먹어도 불쾌감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무침 양념이 고수의 향을 덮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수 불호자들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다. 오리고기를 고수무침이 아우르면서 꽤 맛있는 안주가 됐다.
다음은 두부 짜글이다. 이 짜글이는 내용물은 정말 풍부하다. 수육으로 나온 고기와 비슷한 두께의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고 두부도 잔뜩 들어있다.
아쉬운 점은 너무 달다는 것이다. 좀 더 짜거나 매웠으면 어땠을지. 그러면 술과 더 잘 어울릴 텐데, 술과 먹기에는 조금 물린감이 있었다. 입으로 자꾸 가긴 했는데, 술안주 느낌은 아닌 맛.
내용물은 풍부했기 때문에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먹는 탕 종류의 맛에 가까웠다고 해야 할까.
보마는 해방촌 구석에 있지만, 조금만 나오면 여러 맛집이 즐비하다.
음식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2차를 갈 시간까지 여기서 허비하기에는 좀 아쉽다. 거리로 나오면 맛있는 포차, 호프가 있기 때문에 찾아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보마의 수육은 부드럽고 깊었지만 약간은 느끼했고 다른 안주는 수육에 가려져 있었을 뿐 꽤 괜찮았다. 해방촌 근처를 또 올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더 가서 다른 술과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보쌈과 그 보쌈에 가려진 맛이 있는 곳, 보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간단하게 수육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같이 볼 이야기: "이태원에도 보쌈을 파는 곳이 있다"(보마, 첫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redlyy/92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보쌈"(보마, 두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redlyy/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