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향수를 닮은 시
그대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러나 머문 자리마다
바람보다 느린 그리움이 쌓였다
우리는 계절도 아닌 순간 속을 걸었고
침묵이 말보다 깊던 날들
음악은 서로를 설명하는 방식이었고
시는 눈빛에 섞여 들었다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었고
냄새와 소리는 마음의 결이 되었으며
그 공기를 숨 쉬는 일마저
서로에게 다가가는 일이었다
나는 알지 못했다
지나가는 바람 속에
그대가 섞여 남을 줄을
그대가 사라진 후에도
그 향기가 나를 따라올 줄을
설익은 연노랑 바람이
창을 열면 문턱을 넘어 들고
그대의 향내가 조용히
내 하루를 물들인다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대는 내 안에 머문다
시간도 지우지 못할
새겨진 이름이여
수놓아진 기억이여
불러보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이제야 내 안에서 꽃 피우고
피지 못한 그날의 마음들은
오늘의 향기로 다시 살아난다
그대는 스쳐갔지만
남은 잔향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