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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잔향 08화

곰팡이 핀 빵

by 이제이


식탁 위에 누워 있던

삼일 된 식빵 한 조각


모서리에

초록빛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곰팡이


버릴까 말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살짝,

그 부분만 도려냈다


남은 빵은

의외로 부드럽고

의외로 고소하며

의외로

눈물이 날 만큼 맛있었다


이게 바로,

배고픔의 맛이고

이게 바로,

게으른 가난의 맛이며

쥐뿔도 없는 자존심이

삼켜지는 맛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


나는 그날

곰팡이 핀 빵 덕분에

세상의 한 조각을 더 살아냈다


냉소 대신 웃음으로

절망 대신 입안 가득

달콤한 희망의 맛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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