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누워 있던
삼일 된 식빵 한 조각
모서리에
초록빛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곰팡이
버릴까 말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살짝,
그 부분만 도려냈다
남은 빵은
의외로 부드럽고
의외로 고소하며
의외로
눈물이 날 만큼 맛있었다
이게 바로,
배고픔의 맛이고
이게 바로,
게으른 가난의 맛이며
쥐뿔도 없는 자존심이
삼켜지는 맛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
나는 그날
곰팡이 핀 빵 덕분에
세상의 한 조각을 더 살아냈다
냉소 대신 웃음으로
절망 대신 입안 가득
달콤한 희망의 맛을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