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간을 걷지만, 다른 계절을 지나며
남자의 인생시계는
열 살,
애착으로 시작해 자아를 틀 잡는다.
스스로를 비춰보며 자란다.
가족의 품에서 인정받길 갈망하며.
스무 살,
도전과 열정,
불꽃처럼 타올라야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몸이 이끄는 대로, 세상이 자극하는 대로.
서른,
성공이란 두 글자 앞에
울타리를 세운다.
경쟁 속에서 '나'를 잊고
소속과 안정을 탐색한다.
마흔,
문득,
고요해진 새벽처럼 번민이 스민다.
고독과 외로움이 이름을 부르고
몸은 조용히 무너진다.
쉰이 되어,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본다.
지켜온 것들, 놓쳐온 것들.
가족의 울음과
자신의 침묵 사이에서.
여자의 인생시계는
열 살,
남겨진 감정들을 조심스레 접는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세우고
보이지 않는 책임과 정서를 껴안는다.
스무 살,
꿈을 꾸지만
현실은 조심하라 말한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여자.
정체성이 타인의 언어에 묶인다.
서른,
한 가정의 중심이 된다.
아이의 울음과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사이에
자신의 목소리는 점점 흐려진다.
마흔,
놓쳐왔던 ‘나’를 부른다.
생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자라나고
빈 방 하나에 꿈을 놓아본다.
쉰이 되어,
비로소 웃는다.
고요 속에 피어나는 자신.
돌봄을 넘어서는 성장.
그러나, 부부의 인생은
같은 시계 아래,
다른 바늘을 품는다.
한 사람은 달리려 하고
한 사람은 쉬고 싶다 말할 때,
한 사람은 성취를 외치고
한 사람은 치유를 원한다.
각자의 시간이
엇갈릴수록
함께 걷는 길은
더 많은 이해를 요구한다.
그래서 부부는,
동행이 아니라
어긋남을 견디는 기술이다.
두 개의 인생시계가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다
문득 같은 시간에 멈추기를,
그 잠시의 공명에
우리는 사랑이라 이름을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