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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벌 Sep 13. 2023

코로나의 위기, 나는 회사의 위험인물이 되었다

 2020년 2월, 시즌방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다. 그때는 코로나가 나의 취미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했다.


 그 다음 시즌에 여러 이유로 시즌방 멤버가 소수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도 코로나 유행이 무서워 더 이상 인원을 모집하지 않았다. 인원이 적으니 기존에 하던 시즌방은 계약할 수 없게 되어, 같은 건물의 좀 더 작은 집으로 계약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마스크였다. 코로나로 인해 스키장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리프트를 탈 수 있었다.


 원래 보드를 탈 때는 바라클라바를 쓰는데, 난 보통 머리와 입만 가리고 탔다. 이것도 답답했는데 여기에 마스크까지 써야 한다니. 마스크 안쪽은 입김 때문에 축축해지다 못해 얼어서 차가워졌고, 고글에는 수시로 김이 서렸다. 꽤 불편했지만 보드를 타려면 별 수 없었다.

  

 그때까지는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같은 건물에서는 확진자가 가끔 한두 명씩 나오곤 했다. 각종 행사는 전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직원들은 단축근무나 재택근무를 했다. 어느 날 부서장은 팀 회의를 하자며 팀원들을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요새 코로나가 여기저기 퍼지고 있으니 다들 조심하고. 외부 모임이나 ‘단체 생활’하는 사람들은 특히 더 조심해. 회사에서 첫 확진자 나오면 어떻게 조치할지 모르니까. 그땐 나도 방어해 줄 수가 없어.”


 이건 거의 뭐,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겨울마다 보드를 타러 다닌다는 걸 회사에서 대부분 알고 있었고, 팀원들 중에는 외부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서장의 저 말은 마치 이런 말처럼 들렸다.


 ‘보드 타다 코로나에 걸리면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아마 믿진 않았겠지만, 나는 요새 스키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단순히 보드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인물 취급을 당하는 게 억울했다. 마스크도 단단히 쓰고, 평소보다 훨씬 더 얼굴을 꽁꽁 싸매며 보드를 탔는데….


 억울했지만 어디에 코로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뿐더러, 졸지에 회사의 위험인물이 된 나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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