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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쯔 Feb 02. 2021

소란스러운 밤을 재우는 방법

어느덧 양치기가 되었다

 불현듯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나 불면증이던 시절이 있었지.' 


 심각한 수준의 불면증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잠들기 위해 1~2시간은 기본. 평소보다 생각이 많은 날은 눈만 감고 있어도 어느덧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학부 4학년, 졸업할 때쯤에는 절정에 달했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서인지 밤마다 생각이 많았다.


 생활패턴 자체가 '밤도깨비' 스타일인 것도 한몫했다. 늘 잠드는 시간이 새벽 1~2시였으니 말이다. 별의별 짓을 다해봤다. 침대 위치도 바꿔보고 몸의 방향도 반대로, 베개 위치 바꾸기, 시계도 거실로 치웠다. 하지만 나는 매일 밤을 복권 당첨처럼 운에 맡기고 잠들었다. 당첨인 날은 잠들어 있는 것이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불면증을 조금 다스릴 수 있게 되었던 건 심리상담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이상심리 분야를 공부하는데, 불면증과 관련 있는 증상들이 모두 내 증상이 아닌가! 그래! 내가 이제 상담 전문가가 될 건데 내 문제도 처리하지 못해서야 상담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전~혀 상담사가 아니었다. 불면증은 생각 이상으로 강적이었다. 이론과 실제는 늘 일치하지만 단순히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삶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다르다. 나는 불면증에 대한 지식을 빼곡히 머릿속에 집어넣었음에도 여전히 새벽에 힘겹게 잠들어야만 했다. 전공서적에 있는 지식들은 불면증을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었지만 고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패잔병 같은 느낌이랄까..  


"제기랄. 오늘도 불면증에게 패배하다니!" 


 그렇게 견습 상담사와 불면증의 대결은 매일 밤 이어졌다. 스승님이 가르쳐준 다양한 방법들도 써보고 역설적 기법을 사용해서 오히려 '오늘은 안 잘 테야. 차라리 일어나서 생산성 있는 일을 하자' 라는 마음으로 밤새 놀기도 했다. 하지만 찾아오는 건 피곤에 찌들어 생활하는 하루와 밤이면 다시 말똥말똥 해지는 공포였다.


 솔직히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불면증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던 시기는 마음공부를 할 때쯤이었던 것 같다. 평생 해보지도 않고 기피했던 명상을 하기 시작하고 점점 상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소란스러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내가 느낀 건 '아! 이렇게 마음이 소란스러우니까 시끄러워서 잠에 못들었지!' 였다.


 내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정말 내 마음은 소란스러웠다. 내 경험과 상담적 지식을 적당히 섞어 이야기하자면, 보통 불면증은 억압이나 두려움에서 온다. 우리는 매일 생활하면서 의식적으로 억압하는 것들이 많다. 혹은 평생에 걸쳐서 진행 중일 수도 있다. 대부분 이렇게 억압되었던 마음의 소리들은 우리가 자려고 누웠을 때 하나 둘 산책을 나온다.  


 번외지만, 그래서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들을 상상할 때도 내 양은 12번째부터  꼭 탈출했나 보다...


 아무튼. 우리의 생각은 통제하려고 의식을 기울일수록 점점 더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심리치료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당시 내 마법의 주문은

  

 "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지금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어. 지금 이 순간은 즐거웠던 일 행복했던 일을 생각하고 두려운 건 다음 날 생각하자." 


 이렇게 되뇌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잠에 들곤 했다. 물론 두려움의 양이 너무 많아, 해결되지 않았을 때는 여지없이 잠을 설치곤 했다. 불면증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정말 다양한 수단과 도구들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소란스러운 '나'의 마음에 집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험 외에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내담자들의 특징은 늘 '생각이 많다' 였다.


 많은 생각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당신의 소란스러운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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