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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9. 2020

전망을 계획하다

전망의 장소를 탐험하다-1

사람들은 왜 ‘조망하다’, ‘전망하다’와 같은 행위를 바라고 소유하려고 하는가? 이런 질문으로부터 전망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멀리 바라본다, 원경을 바라본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집, 조망권 프리미엄, 한강 조망권.

도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서 한눈에 그려지지 않던 도시의 바운더리가 읽히며 구체화되는 과정을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으로 비롯되는 극적인 순간과 ‘나는 이 도시를 한눈에 본다’라는 성취감이 어떤 도시를 가더라도 마치 당연한 탐험의 과정처럼 조망의 욕구를 부추긴다.

또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망의 장소를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망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부동산 투자 가치의 기준에 들어갈 만큼 강력하다.

한 장소에서, 그것도 집이나 사무실처럼 늘 반복되는 일상의 장소에서 계절마다, 날씨마다 변하는 좋은 풍경을 소유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가치 이상의 만족을 준다.

위에서 전체를 한 번에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면, 전체를 머릿속에 그려 넣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공간을 인지하는 공간 지각력이 지금보다 더 뛰어났더라면, 세상은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지형 차이가 큰 도시에 갈 때마다 처음 도시에 대한 구상을 했던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상상했을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대지 위에 머릿속으로 길과 집, 다리, 광장을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하며 서서 바라보았을 곳.

전체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 이전의 '곳'.

그곳이 전망의 장소로 태어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지형의 높낮이의 갭이 클수록 도시는 스펙터클한 뷰를 잠재적으로 갖게 된다. 조망 대상을 정하고 시야를 트여주는 위치, 면적,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따라 더 이상 잠재적인 상태로 머물지 않고 우리 눈앞에 전망의 장소로 태어난다. 바로 그 순간부터 전망의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전체를 파악하고 
전체 속의 ‘여기 이곳',
내가  있는 곳을 깨닫게 된다.



#1. 전망의 주변을 보다

리스본의 전망대(Miradouro)들은 여러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지형적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망하다'라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장소적 특징은 레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망 장소들 주변은 지형에 따라 완벽한 차이를 두는 경우, 전망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란히 낮게 길이 이어지는 경우, 자연스러운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중심에서 전망의 장소로 연결되는 길의 방식에 따라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BGM # Little Brothers | Ljones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도시를, 우연히 발길이 닿아 만난 도시를 평소와는 다른 레벨에서, 다른 시각으로 전망한다.



#2. 계획된 전망의 장소

리스본 포르타 두 솔(Porta do sol) 광장을 따라 걷는다. 테라스, 키오스크, 주차장으로 이어져 광장의 끝자락에 좁고 길게 강을 향해 뻗어 있는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타구스 강으로 ‘쭉’ 몸을 내밀어 강의 전망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가 된다. 전망대 옆은 긴 계단으로 높이와 간격을 벌리며 확실하게 자신과 주변을 분리한다. 그 모든 계획들이 모여 시야에 들어오는 다른 풍경을 지우고, 그 어떤 것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강의 풍경을 보여준다.

전망은 계획된 장소를 통해, 계획된 프레임을 통해 특별해진다. 높은 언덕에 자리 잡아 장소만으로도 조망의 특성을 갖는 전망대와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마치 강으로 점프해도 될 것 같은 풍경이다.

Largo Portas Do Sol, Lisboa, Portugal _ BGM # Make It Rain | Ed She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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