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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9. 2020

전망의 프레임을 조절하다

전망의 장소를 탐험하다-2

풍경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한 장소에 오래 살더라도 인식하지 못한 채 도시의 풍경이 그냥 평범하게 흘러가곤 한다. 도시의 풍경은 어떻게,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늘 새롭고 신비로울 수 있다. 풍경의 대상을 정하고 전망을 조절함으로써 우리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시각적 경험에 대한 욕구는 전망의 프레임을 조절해 장소를 한 차원 끌어올리기도 한다.



#3. 전망을 열고 닫다

Peniche, Portugal _ BGM # April | Elsa Kopf

마당의 수평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태어난 계단과 경사로, 바닥의 레벨에 따라 계속 변주해가는 담. 어촌 마을의 가장 전형적인 풍경에 의해 만들어진 바다를 향한 전망이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바다 뷰가 좋은 땅에 통 유리창으로 파사드 전체를 계획하고 그 공간에서 살다 보면 식상한 풍경이 돼버리곤 한다. 똑같은 바다라는 풍경도 어떤 프레임으로, 어떤 위치와 방향으로 창을 만드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정성 들여 만든 창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망은 열고 닫는 균형의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4. 도시의 지붕을 보다

Barcelona, Spain _ BGM # Clouds | Borns

도시의 지붕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건물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자리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가우디의 카사 밀라 지붕을 바라본다. 호텔의 루프가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변의 건물보다 조금이라도 높다면 하늘로 열리거나 아래를 내려다보는 뷰를 얻는 대신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아이레벨(눈높이)에서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에 맞는 조망을 고려한 건축계획을 하거나 아니면 현재의 뷰에 맞는 조망을 디자인해야 한다.


전망은 선택의 문제로 무엇을 볼 것인지,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망 대상과 방식이 결정되면 이제 디테일을 조절하고 결정하는 단계다. 그런 장소들은 매우 의도적으로 눈의 높이, 바라보는 행위, 풍경을 프레임 하는 모든 것에 관여해 만들어진다.

지붕 바닥에서 시작되는 파라펫의 높이와 재료, 테이블로 사용되는 파라펫의 윗면, 프레임 없는 유리 난간과 같은 모든 것들.


풍경과 만나는 경계의 모든 사소한 것들이 
전망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좋은 전망의 장소는 
끊임없는 조절을 통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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