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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30. 2020

'같이'의 의식과 감각이 피어나다

'같이'의 장소를 탐험하다

농업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척박한 환경의 지역에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고 동시에 삶을 나누는 일상이 농업 중심의 이탈리아 남부 도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일상에 관심을 두고 드로잉하고 기록했던 화가들의 그림 속에 중세의 공동체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떤 특정한 시대의 일상을 담은 그림은 텍스트보다 더 좋은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 장소 속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림을 보며 장소에 상상을 더한다.

공동목욕탕, 공동세탁장, 공동 오븐, 공동 우물, 공동 화장실.

오랜 역사를 이어 온 '같이'의 장소들을 들여다본다.

함께 모여서 어떤 행위를 공유함으로써 그곳에서 피어나는 의식과 감각.

공동체 문화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그곳에 있다.



# 1. 노동요를 부르기에 더할 나위 없는

Lavatoio Medievale, Cefalu, Italy _ BGM # Georgia On My Mind | Martin Taylor

어느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눈보다 차갑고 은보다 순결하고 다른 어떤 강보다 건강한 체팔리노 강물”이 이곳 중세 공동 세탁장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강이나 수원에서 가까운 곳에 공동 세탁장이 위치하는데, 강 가장자리 안쪽 길에 깊숙이 들어가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다.


'탕탕' 빨래하며, '블라블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라라라' 노래를 부르고, '하하하' 웃음소리가 아치 구석구석에, 물에 닿으며 장소를 점유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그때로 돌아간 듯 상상하게 된다. 똑같이 들리는 일상의 소리도 어떤 장소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소리의 공명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선들을 그리며 장소 안에서 증폭되어간다. 이 장소를 스쳐갔을 여러 유형의 기억들, 마모의 흔적들, 공명하는 소리.

그 시대의 그림에 도움을 받아 장소를 머릿속으로 재현해 본다.



#2. 공중 도시에서 피어나는 의식

물이 귀한 높은 지대의 마을 특성상 공동생활의 의식이 곳곳에 스며있다. 고지대의 도시들은 물을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기에 공동 우물, 공동 세탁장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을 것이다.

도시의 해발고도는 거주지의 분포와 밀접한데, 대부분은 낮은 지대에서 평평한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피치 못하게 여러 이유로 높은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 있다.

마을 초입 길 아래쪽으로 공동빨래터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만들어졌을 그들의 유대감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척박한 환경에 사는 고단함을 이겨낸다. 길 위 쪽으로는 마을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가 구불거리는 지형을 따라 흘러간다. 그 끝에 아시시(Assisi)의 본격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산속 깊이 숨겨졌던 공중도시에 중세와 현재의 모습들이 뒤섞여 들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예전보다 조금 덜 하지만 함께 뭔가를 하려 한다.

Via Fonti Di Moiano, Assisi, Italy _ BGM # Verses | O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3. 함께 빵을 굽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상

'같이'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로코의 공동 오븐의 풍경이다. 우리의 밥에 해당되는 '홉즈(khobz)'라는 빵을 오븐에서 구워 쿠스쿠스나 따진 요리에 곁들여 먹는다. 함께 나누어 먹는 북아프리카의 음식문화는 오븐을 공유하는 행위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 안에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져 있다. 식문화와 공동체 문화의 관계는 생각보다 깊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행위가 완벽한 이웃으로 만든다.

지중해 연안의 이슬람 문명이 지나간 자리, 오래된 마을의 모퉁이에서 공동 오븐과 공동 우물을 발견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은 채 빈 오븐이 유적 아닌 유적으로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슬람 건축과 문양은 지중해 도시에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들의 공동체 문화는 사라진 채로 있다. 서로에 대한 유대가 강한 그들의 뿌리 깊은 문화 때문인지 북아프리카의 음식문화와 공동 오븐은 아직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BGM # True | Martin Taylor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공동체 마을에서 추구하려는 가치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홀로 느끼는 고독의 순간, '같이'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 모두 필요하고, 그런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일상에서 그런 순간들이 부족하다면 어쩌면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같이 장소와 풍경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지중해 연안의 여러 문명이 만났던 , 문명의 공존이 오랜 시간 동안 각색되며 지속되어  모습들을 찾아볼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로마시대의 공중목욕탕은 온천, 찜질방, 사우나, 스파와 같은 요즘의 목욕 공간보다  본격적인 목욕문화를 갖추고 있다. 체력단련, 안마, 온천에서부터  규모의 목욕탕에는 마사지, 풀장과 같은 사교를 위한 모든 복합적인 시설들이  곳에 모여 소통의 , 사회생활의 중심으로서 ‘목욕문화 존재했다.

우리 주변 가장 가까이에서 ‘같이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공동체 마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치로 다가올 만큼, 오랜 시간 이어온 ‘같이 의식이 희미해지고 사람들은 홀로 각자 방황한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같이 장소에 깃든 에너지에 빠져들게  만큼, 장소적 가치와  안에 품은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길을 따라 빛이 스며들고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바람이 불며 저녁 무렵의 냄새들이 길을 따라 흘러 다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같은 냄새, 소리, 바람, , 그림자 속에서 일상을 공유한다.


공동체 문화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 건물, 같은 골목길, 한 동네, 한 도시, 한 국가에 속한 채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여러 개의 구심점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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