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냘레스로의 짧은 여정
아바나에서 묵은 까사는 조식 포함 18쿡(1 쿡 = 약 1달러)이었다. 에어비앤비로 미리 예약을 하루만 했었고 그 후로는 직접 딜을 해보자! 했는데 다행히 까사 주인 요한까가 에어비앤비 수수료를 제외한 가격 1박당 16쿡에 해주기로 해서 흔쾌히 오케이! 조식 포함에 이런 까사 구하기 쉬운 것이 아니니 운이 좋은 편. 조식도 꽤 잘 나오는 편이었다.
2015년 12월에 쿠바 여행했을 때의 기억을 되새겨 보면,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까사 조식이 좋았었다. 근데 아바나에서 이 정도라니? 보통 이 가격에 이 정도 조식이 나오기 흔치 않은 일이고 조식 불포함으로 2인 1실에 최소 15쿡 받는 곳은 있어도 조식 포함에 이 가격은 아바나에서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요한까는 에어비앤비 슈퍼 호스트! 언니랑 여행할 기간만 예약이 안 차 있어서 그 후에 또 묵고 싶었지만 못 묵었더라는.
하루만 자고 내일 다시 올 건데
짐 두고 가도 되지?
어차피 다시 와도 여기에 묵을 예정인데 예약한 사람이 없다면 이 방 그대로 묵고 싶었다. 혹시 모르니 짐을 언제라도 옮길 수 있게 잘 정리해두고 나왔다. 그리고 와이파이 카드를 사러 플라자 호텔로! 여전 여전한 쿠바 아바나. 아직 인터넷 쓸 일은 없어 그냥 와이파이 카드만 사뒀다. 뭐든 기회와 시간이 있을 때 사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사야지 하면 그때는 꼭 시간이 없더라.
콜렉티보 택시 예약한 시간에 맞춰 까사로 돌아와 택시를 타고 비냘레스로 출발! 콜렉티보 택시 탈 때는 무조건 보조석 한 자리는 맡는 게 좋다. 뒤에 사람이 세 명 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중간 자리에 앉으면 이동시 너무 피곤하다. 따로 앉더라도 그렇게 앉는 게 좋다. 둘이 자리 바꿔가도 좋으니까!
우리 외의 손님은 우리보다 뒤에 탄 노 부부였다. 그들은 가는 길에 계속 말을 걸었다. 난 앞자리에 앉은 관계로 그 대화에 거의 끼질 않았다. 여행을 하도 많이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이제 흥미 없어진 지 오래. 짧은 대화라 할지언정 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 좋다. 이렇게 넷이 탄 콜렉티보 택시는 비냘레스 가기 전 어느 호수 마을로 향했다.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이라 찾아보니 Las Terrazas라고 양인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이었다. 분위기는 여기가 쿠바인가 싶을 정도로 서양권의 한적하고 조용한 호숫가 마을이랄까? 노 부부가 내린 후 추가 인원 없이 그대로 비냘레스로 이동했다. 호숫가 마을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시간 때문에 도착 시간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오후 1시 반. 아바나 까사에서 소개받은 까사부터 갔는데 수영장도 있고 방도 꽤 좋았다. 하지만 조식 포함 25쿡. 더 네고는 어렵다 하여 까사 요반나의 정보 북에 나온 조석식 포함 30쿡인 까사로 향했다. 처음엔 더 높은 가격을 부르던 까사 주인.
한국 사람이 추천해줘서 왔어.
1인당 15쿡에 조석식 포함이라고 들었는데
아니야?
알았어.
이건 한국인한테만 주는 가격이야.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어찌나 강조하며 소곤대던지. 그렇게 해서 이 까사에 묵게 되었다. 보통 저녁식사를 까사에 주문하면 인당 10쿡에 먹을 수 있는데 가성비로 따지면 처음 간 까사보다 더 저렴해서 바로 짐을 풀었다. 조석식 포함에 인당 15쿡이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게다가 식탁에는 웰컴 과일이!!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별것 아닌 과일에 기분마저 좋아진 비냘레스 여행,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아쉬울 것 같아 1박 2일로 계획했는데 시간 여유가 있다면 2박 3일이 더 나을뻔했다. 시간이 부족하니 곧장 말부터 타야겠다 싶어서(많은 관광객들이 비냘레스에서 말을 탄다) 까사 주인에게 말타기 투어를 소개해달라 했다. 시간당 10쿡에 하기로 하고 짐을 두고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다신 말을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 그 말타기 투어를 기다리며 그렇게 우린 짧은 비냘레스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