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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의 그를 만나다

3년 만의 쿠바 트리니다드

by 신유


쿠바 아바나에서 트리니다드로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가는 길, 까사 요반나에서 예약한 택시는 시간 맞춰 왔고 보조석(장거리 이동시 보조석이 로얄석)이 비어있길래 얼씨구나 하고 착석했다. 뒷좌석엔 쿠바 초중년 커플(중년이라고 하기엔 젊은)이 타고 있었다. 말레꼰에서 잠시 신호 대기 중에 기사 아저씨가 마니(땅콩)를 사서 나에게 하나 건넨다.


쿠바의 땅콩, 마니라 부른다


쿠바에서 파는 땅콩인데 종이에 넣어 둘둘 말아서 판다. 엄청 저렴한 가격! 하지만 관광객에겐 10배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택시 아저씨는 포니처럼 생긴 차를 어찌나 밟아대던지... 스피드 광??? 그렇게 휴게소를 한 번 거쳐 트리니다드에 3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달. 렸. 다.


트리니다드는
차메로 하나면 된다


저런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쿠바 차메로. 언제부터 유명했는지는 모르겠다. 2015년 첫 쿠바 여행을 할 당시에 난 추천받은 레오네 까사를 갔기 때문에 차메로는 이번에 와서 처음 들었다. 그리 유명하다니 가봐야지 하고는 갔더니 “차메로”라고 한국 말이 써져있는 검은 모자를 쓴 후덕한 느낌의 아저씨가 있었다. 이미 까사가 꽉 찼다며 다른 까사를 소개해주는 차메로, 그렇게 해서 짐을 풀었다.


쿠바 트리니다드 차메로가 소개해준 까사


트리니다드의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차메로 까사는 도미토리로 운영하는데 (방 하나를 빌리는 것도 가능) 자리가 없을 경우 다른 까사를 소개해준다. 물론 거기도 조식 포함 인당 10쿡이고 도미토리로 침대 하나만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어라??
왜 큰 침대가 비어있고 작은 침대에 짐이 있지?


보통 더블침대와 싱글침대가 있는 방은 먼저 오는 사람이 큰 침대를 쓰기 마련인데 왜 작은 침대에 짐이 풀려있는지 알 수 없었다. 별 것도 아닌 일임에도 동공 지진 시작. 나야 땡큐 한 일이지만. 조금 망설이다가 큰 침대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랍스터 맛집이라고 먼저 트리니다드를 여행한 (3년 전 이미 내가 먼저 여행했지만 많이 바뀌었을 테니) 언니가 알려준 레스토랑에 갔다.


찾아가 보니... 3년 전 쿠바 트리니다드 왔을 때, 까사 주인 레오가 랍스터 맛집이라고 해서 갔던 그 레스토랑이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더라는.


뭐야. 하나도 안 변했잖아.


트리니다드 랍스터 맛집에서의 저녁식사


그렇게 해서 주문한 랍스터, 첨 여기 왔을 때가 2015년 12월인데 별로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그때는 여러 사람과 같이 왔었는데 오늘은 혼자다. 혼자 배낭여행 다닌지도 오래고 한국에서도 혼자 밥 먹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나. 혼자 삼겹살 집도 갈 정도의 내공이라 별스럽지 않았다. 창가 문간 좌석에 앉아 모히토와 함께 식사를 막 시작하는데 레스토랑 전속 가수가 등장했다. 어찌나 내 코앞에서 노래를 부르던지. 팁을 안 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이왕 팁 주는 거 동영상이나 찍자 하고 촬영 시작. 간혹 나와 아이 컨텍까지 해주던 그녀는 노래를 그래도 잘 부르는 편이었다.


첫 남미 여행 중, 아르헨티나에서부터 시작된 내 여행의 작은 기준이랄까? 길거리 공연가나 음악가, 레스토랑의 가수나 밴드 공연을 보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면 작은 돈이라도 꼭 팁을 준다. 그게 그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쿠바 레스토랑의 라이브 음악을 연주해주는 뮤지션


밥만 먹고 까사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방을 같이 쓰는 작은 침대를 사용하는 그녀를 만났다. 우린 한국인이 의례 그러하듯 통성명조차 안 하고 존댓말을 써가며 어색한 근황 토크부터 시작했다. 오늘 살사 수업을 받으러 간다던 그녀.


“혹시 살사 선생 이름이 호세예요?”

“엇! 그런 거 같아요! 어떻게 아세요?”

“듣기로는 무슨 골방 같은 데서 수업한다던데...”

“앗... 골방요???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할 일도 없고 ㅎㅎ 같이 가요!”


사실 호세에 대한 이야기는 바다 건너 콜롬비아에서 들었다. 칼리에 있을 때 만난 춤을 좀 배운 언니가 이미 쿠바 여행을 하고 온 터라, 쿠바 트리니다드 가면 호세라는 쿠바노가 있다고 말해줬다. 언니와 아바나를 동행했던 동생이 트리니다드에 있을 때 그 일이 터졌다고 했다. 그의 생일에 그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사랑과 전쟁’을 찍었다고... ‘4주 뒤에 봅시다’ 신구 선생님의 육성이 들리는 그 사랑과 전쟁 말이다.


얼마나 잘 생겼길래, 얼마나 매력이 넘치길래 그런 일이 생긴 것인지 카더라 통신들은 아바나 전역을 휩쓸었고 어느 정도 쿠바를 알고 체류한 사람이라면 다 들어봤을 이야기였다. 그래서 너무나도 궁금했던 그를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지금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 마음을 모두 내어주고 성실한 사랑을 하고 있다 함. 레알 사랑을 이제야 만난 듯!)


차메로네 집으로 같이 이동하는 길쯤이던가 우린 통성명을 하고 차메로네 집 웰컴 드링크인 칸찬차라를 마시며 호세를 기다렸다. 차메로네 집 집안일도 돕던 호세의 첫인상은 그냥 어려 보이는 청년. 귀여운 인상이었지만 우와! 정말 잘 생겼다 하여 눈을 못 뗄 정도는 아니었다. 뭐지? 무슨 매력이지??!! 하던 와중에 우린 차메로네집 근처 어느 집으로 다 같이 이동했다.


정말 후미진 구석방에서 했던 살사 수업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 들어 들어가니 주방 앞의 작은 공간이 나왔다. 여기서 살사 수업이 시작되었다. 혼자 왔으면 어지간히 놀랐을 듯. 음악을 틀고 선풍기를 켜고 시작한 살사 수업.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마 소녀들이 와서는 구경 시작. 어찌나 귀엽던지.



내 조카들이 이 어플로 사진 찍으면 자지러지게 웃었기에 이 소녀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동물 나오고 꽃 나오는 사진 어플은 역시나 좋아하는구먼! 난 애들이랑 놀고 있었고 H는 살사 수업 중 급 휴식시간. 잠시 5분만 쉬자는 호세.


“넌 왜 살사 안 배워?”

“난 이미 배워서 출 줄 알아”

“진짜? 보여줘 봐”

“허 나 이거 참... 그러지 뭐”


하고 음악을 틀고 호세랑 살사를 췄다.

춤을 춰보니 같은 패턴의 반복. 살사 입문자가 배우기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쿠바노가 가지고 있는 흥에 그루브까지 있으니.


트리니다드에서 호세와 춘 쿠바 살사


살사도 배웠겠다 H에게 살사 클럽이나 같이 가자고 했다. 호세에게 물어보니 엘 링컨을 추천. 나도 거기가 젤 좋다고 들었다.


그럼 트리니다드 살사 클럽이나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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