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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여성의 트라우마와 치료1

-조울증 자녀를 둔 엄마의 트라우마-


치료 내용은 내담자의 허락 하에 국적과 상황을 바꾸어 기록했다.     

내담자는 베트남 여성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서 1남 1여의 자녀를 두고 있다. 상담을 시작한 이유는 고등학생인 딸의 조울증과 자해 때문이었다. 딸은 학교도 가지 않고 자기 방에서 인터넷 방송만 하는 상태다. 그녀는 자녀가 상담받기를 원하지만 딸이 완강히 거부하자 먼저 자신부터 상담을 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20대 초반까지 살았다. 아버지는 군인이었고 술을 좋아하며 집에서 엄마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다. 자신은 아버지가 무서워서 마음 졸이며 살았다. 그러다가 20대에 한국으로 넘어와서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였다. 

 상담은 자녀 문제로 인한 걱정과 근심이 주된 내용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는 가운데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시절 동네 어른과 아버지가 근무하던 군대 내에서 경험한 성폭력 문제가 아직도 자신을 힘들게 할 때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딸아이가 자해를 하고 속옷에 피가 묻어 있을 때도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고 놀랐다고 말하였다. 


  나는 상담과정에서 내담자담자의 성폭력 트라우마를 알게 되었다. 트라우마적 경험을 모두 다루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단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트라우마는 해결하지 않고서는 상담의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충격적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미지와 감정으로 남아서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내담자의 역할들을 분할해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감정과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내담자의 역할을 분할하는 방법으로 역할극을 했다.      

나: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말해 보실래요.      

내담자: 지금은 딸의 문제가 힘들어요.     

(내담자가 성폭력 문제를 말했다고 그 문제가 내담자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없다내담자가 말하는 현재 문제로부터 트라우마로 들어가야 한다현재 내담자는 딸의 엄마 역할을 힘들어 하고 있다.)     

나 : 나는 내 인생에서 힘들었던 일들은 무엇이죠?     

내담자 : 내 인생 전체를 봤을 때 힘들었던 것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았던 거예요.     

나 : 이유가 무엇인거 같아요?     

내담자 :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자존감이 낮아서 그랬나...     

나 : 선생님은 자존감이라는 단어도 아시네요? (웃음) 그래서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는 딸의 문제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점이다.     

내담자 : 아버지.....     

나 : 아버지도 나를 힘들게 했던 분이고.....또     

내담자 : 삶의 목적이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나 : 머 목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다 목적 없이 사는 거죠.     

내담자 :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나 : 아버지는 왜 나에게 걸림돌이었는데요?     

내담자 : 아버지는 술 먹고 들어오면 엄마를 때리고 엄마는 도망가고      

나 : 엄마를 무엇으로 때렸는데요?     

내담자 : 손으로 발로 때리고 머리 잡아당기고 그리고 언어폭력을 많이 했어요.     

나 : 아버지가 언어폭력이 심했다고 했는데 그 욕을 한번 해보세요.     

내담자 : 엄마에게 ‘너 다른 남자랑 잣지’ 라든가........질투하는 말들이었어요.     

나 : 그 말들을 직접 해보세요. 베트남어로     

내담자: Này con nhỏ kia, con ngủ với một người đàn ông nào đó đi     

(자국어로 욕을 하면서 에너지를 높인다. 아버지의 모습을 흉내담자 내담자는 내담자를 보면서 어느 정도 표현을 가능한지, 아버지 역할을 통해 성폭행 한 남자를 물리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한지를 측정한다.)     

나 : 난 그 욕 때문에 힘들었어요.     

내담자 : 네     

나 : 난 그 욕을 입에 담기 싫어요, 흉내 내는 것조차 힘들어요.     

내담자 : 난 어렸을 때 좋은 기억이 없어요. 안 좋은 추억만 가득한 거 같아요.

       아빠가 항상 술 먹고 들어오시면 안 좋고 술을 안 먹을 때도 우리에게 좋은 모습은 없었어요.     

나 : 난 그런 모습이 싫어, 그런 안 좋은 말을 하면 안 돼,      

내담자 :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 : 왜냐하면?      

내담자 :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 거 같아요. 또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싫으니까 더욱 더 하고 싶지 않아요.     

나 : 자신은 그렇게 욕은 하지는 않지만 그런 감정이 자신에게 어떻게 남아 있는 지 아세요? 자신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 또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세요?     

내담자 : 잘 모르지만 안하려고 했어요.     

나 : 하지만 머리 속에는 그 기억이 있잖아요.     

내담자 : 네     

나 : 그럼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이 욕을 하거나 주정을 하면 어떻게 돼요?     

내담자 : 좀 무섭고 누군가 화를 내거나 큰 소리로 내게 머라고 하면 어릴 때는 금방 울었어요.     

나 : 눈을 감아보시고 천을 잡아보세요.     

내담자 : (눈을 감고 천을 잡는다.)     

        (눈을 감는 행위는 상상을 촉진하기 위한 행위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상상에 집중하고 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천이나 끈을 잡는 이유는 신체가 힘을 줄 때 더 집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끈을 잡아당기거나 벽을 미는 행위를 통해 몸과 마음이 한곳에 집중하게 하거나 분노를 확대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 : 그때의 아버지 모습이 보여요?     

내담자 : 네     

나 : 보이죠? 이제 숨을 크게 쉬고 ......아버지가 머하고 있어요? 보이는 대로 이야기 해보세요.     

내담자 : 아버지가 몸싸움하고 그래요.     

나 :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보세요.     

내담자 : 아버지가 나랑 동생이랑 엄마를 밀치고 그래요.     

나 : 천을 잡아당겨 보세요.      

내담자 : (천을 잡아당긴다.)     

나 : 야 나쁜 년아 너 다른 남자랑 붙어먹었지! 제가 아버지 역할을 해볼 테니까 천을 잡아당기면서 힘을 줘봐요. 무서운 만큼 힘을 줘서 잡아 당겨요.     

내담자 : (천을 더 세게 잡아당긴다)     

나 : 힘을 줄 수밖에 없어 무서우니까, 싫으니까 그렇죠?     

내담자 : 네     

나 : 그 소리가 들리죠(네) 나는 떨어요(네)

        아버지에게 하지마라고 해봐요. 시작, 그만하세요.     

내담자 : 아버지 그만 하세요     

나 : 베트남어로 하세요.     

내담자 : Ba ngưng đi....     

나 : 더 크게 말해 보세요     

내담자 : Ba ngưng đi......     

나 : 아버지에게 욕해보세요.     

내담자 : ........     

나 : 눈을 떠 보세요. 지금 힘을 얼마나 썼어요.     

내담자 : 많이 냈어요.     

나 : 평소에 일하실 때는 더 힘을 쓰시잖아요. 운동도 하시고 그런데 여기서 못 하시네요. 마음이 힘들고 힘이 나지 않나요?     

내담자 : 네     

나 : 또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내담자 : 8살 때 옆집 남자가 .......     

나 : 데려갔어요.     

내담자 : 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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