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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Dec 02. 2021

사랑의 시작 1


[사랑의 메신져]


그는 언제나 내게 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언젠가 한번은 왜 그렇게 밥에 집착하냐고 물었다.


" 글쎄. 나는 누군가의 끼니를 챙기는 것이 사랑인 것 같더라고"


밥은 먹었냐는 안부를 물으며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날이 갈수록 점점 길어지고 주제는 다양해져 갔다.

어떤 날은 그의 지나간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또 어떤 날은 나의 지나간 짧디 짧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MSN 메신저는 둘만의 유일한 대화 창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다시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을 거야.

지난 사랑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최대한 쿨하게 대하려고 해.

또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지나간 사랑의 상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냉정하게 대할 거라고 했다.

서운했다. 남몰래 가슴앓이를 하며 그를 좋아하고 있던 나는 그의 말이 너무나 속상해서 그날 밤 잠을 설쳤다.


“<굿바이 솔로>라는 드라마에서 배종옥이 이런 말을 했어.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은 절대 쿨해질 수 없다고.

쿨해질 수 없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바로 쿨한 거라고.

나는 그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쿨하게 지내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넌 계속 그렇게 지내.

나는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고, 그래서 쿨해질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솔직하고도 갑작스럽게 훅 들어간 나의 본심에 그도 조심스레 자신의 진짜 마음을 이야기했다.

사실은 자신 또한 쿨한 척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진작 그럴것이지....'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덜 쿨해지기로 무언의 합의를 했다.

 



 [고백]


그에게서 장미꽃을 받았다.

그의 수줍은 고백을 듣자마자, 그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는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의 마지막 플랜인 것 같았다. 1. 꽃을 준다. 2. 고백을 한다. 3. 마지막, 볼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Slow and steady’하게 사랑하자고.

스테디하게는 좋은데, 슬로우 하게하자고?

도저히 그에 대한 마음이 천천히 진행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간 내 사랑은 주로 일방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상대를 바라보고 있거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내가 모르는 척 외면하거나. 

늘 그렇게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오는구나.


집에 돌아와 앤(홈스테이 맘이다)에게 자랑했다. 

몇주전 앤은, 창문 앞에서 나를 찾는 미소가 아름다운 Korean boy 를 보고 내 남자친구냐고 물었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여지를 두고 대답했다. ‘NO’라는 말 대신 내 바람을 담아 ‘NOT YET’이라고. 

그때 이미 앤은, 그가 곧 내 남자친구가 될거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역시, 앤.


드디어, 결국, 그는 내 남자친구가 되었다. 

간절히 바라면 전 우주가 나를 돕는다는 말,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자기계발서 이야기들이 모두 헛소리는 아닌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영화 데이트]


Music and lyrics, 300, Dream Girls...

일주일에 한 편씩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우리는 도장깨기처럼 영화를 봤다.

 

주일엔 그와 교회엘 같이 갔다가 저녁 땐 함께 공원에서 운동을 했다.

영국에 와서 살이 조금 더 찌긴해서 운동이 절실하던 차였는데 그가 먼저 제안을 해왔다. 

같이 달려주겠노라고. 그러니까 '살 조금만 빼자' 의 완곡한 표현이었던 것.

다른 사람이 했으면 기분나쁜 말을 기분나쁘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는 녀석이다.


처음에는 그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예배를 드리는 것도 모든 것들이 너무나 어색했다.

좋지만 불편하고....어색한 느낌, 그게 싫어서 자주 만나는게 두려웠는데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은 편해지고 있다.


늘 혼자 하던 것들을 둘이 함께 하고, 이야기 나누고, 영화보고, 조깅도 함께 하려고 하니 어색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달까.

 

그로 인해 요즘 내 삶이 조금 더 즐겁고 알차고 행복해지고 있는데,

그는 어떨까? 그도 나로 인해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할까?



[What were you doing at Friday night?]


여러 명이 둘러 앉은 강의실에서, 월요일 아침이면 시브가 즐겨하던 놀이가 있다.

먼저 홀수 번호를 부여 받은 아이들이 미리 준비된 책상 위에 앉고, 나머지 짝수 번호의 아이들이 동그랗게 앉아 있는 홀수 아이들 각각의 앞에 서는 거다.

그런 다음 서있는 이들이 앉아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하면 된다.


“What were you doing at Friday night? “


질문에 대한 답을 기억해 두고, 짝수 아이들은 바로 옆 홀수 파트너에게 또 똑 같은 질문을 하면서 처음 질문했던 상대의 자리까지 돌고 돌아 도착하게 되면 게임이 일단락 되는 식이다.

질문은 주로 지난 주말 뭘 하며 시간을 보냈냐는 것이 대부분이다.


“Min, do you remember JW choi's answer? Could you tell me what he did last Firday night?”


"프라이데이 나잇에도, 세러데이 모닝에도, 선데이에도 걸 프렌드를 만났대요!"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고 학생들 대부분이 수업시간 내내 그를 놀렸다고 그와 수업을 같이 듣는 민이 말해주었다. 그가 수업시간 내내 무척이나 당황해하며 얼굴이 시뻘개졌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건지 모르겠다.


같은 수업이 아니라 늘 신경쓰였는데,

이제 다들 알았겠지? 그에겐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한 그만의 아지트>


“전화로 잠깐 이야기 했듯이 새로운 비밀 공간을 발견한 느낌이야.

그런데 유속이 약해서 그런지 물이 조금 썩어 있더라. 나중에 사진 찍어서 보여줄께.”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는 그가 발견한 새로운 비밀 공간으로 직접 나를 안내했다.

그러나 그곳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신비스럽지도 또 전혀 비밀스럽지도 않았다.

길 잃은 들쥐들이 떼로 다닐 것 같은 황량한 들판과 유속이 약하다 못해 악취까지 풍기는 냇가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유속의 강약과 그곳이 들쥐의 아지트냐 아니냐 따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만의 비밀공간에 함께 가봤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저 그가 들려주는 비밀 공간 이야기가 좋고, 그와 함께 그의 아지트에 있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거면 됐다.  

(물론, 성인 팔뚝만한 영쿡식 쥐는 극혐이다....)

 


[둘만의 여행]


part 1.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지 않는 것보다 행복하다.

요며칠 완벽하게 바보가 된 것 같다. 바보같이 밥 먹을 때도, 길을 걷거나 자다 깨서도 문득문득 눈물이 난다. E, H, DG 친구들도 보고 싶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눈먼곰은 말할 것도 없고.

아, 그토록 귀찮았던 K녀석마저 보고 싶으니 말 다했지 싶다.

본머스에서의 6개월동안 따뜻한 집과 정성스런 음식을 마련해줬던 Ann & John 커플도 그리워진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제일 그리운 사람은 따로 있다.

본머스에 두고 온 나의 그녀석.


사랑을 하게 되면, 주체적이었던 여자도 의존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호랑이도 때려잡을만큼 강인했던, 잔다르크 만큼 진취적이었던 나도 결국 사랑 앞에서는 약해진다.

그 동안 그 없이 잘해왔던 모든 일들이, 혼자하면 두려워지고, 자꾸만 그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만나면 내 마음 속 사랑세포보다 퉁명세포나 불만세포, 질투세포들이 더 자주 우리 사이에 끼어든다. 그래서 인지, 혼자 있을 땐 자책을 많이 하게 된다. ‘그때 내가 그에게 왜 그렇게 말했을까’ 하는. 별일 아닌거면 그냥 넘어가지 왜 따지고 들었을까, 하는.


 “누나가 그렇게 행동하면 나는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알아?

내가 어리니까 누나가 나를 막 대하는구나,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돼!”


“왜 그렇게 애처럼 굴어? 그럼 누나는 놀 꺼 다 놀면서 나는 친구도 만나지 말라는 거야?”


같은 사람이 내게 했던 말인데 신기하게도 그 느낌은 약간씩 다르다.

그 사람은 아직도 그가 나보다 어려서 내가 그를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 하고 있을까?

그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 건 맞지만 (그래봤자 겨우 두살차이다. 19살 차이도 사랑하는데 문제없다는데 우리는 왜 맨날 이부분으로 다투는 걸까. 내문젠가? 아마도 내 문제지싶다)


맹세코 나는 그가 말한것처럼 그를 막 대한적이 없지만 내 태도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걸 지금은 이해한다. 사실 내가 서운하고 화난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그가 아니라 그누구라도 내 속까지 알 리 없으니 즈음의 내가 느낀 서운함들에 대해 솔직히 말해주었어야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선 무언가 화가 난 듯한 내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거다. 


그가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말하지 않아도 그가 내맘을 찰떡같이 알아주기를 바랐다.

사랑하면 할수록 편해져야 하는게 아닌가?

왜 나는 사랑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하고 불안해지는 걸까?


내일이면 드디어 그가 런던으로 온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내게로 달려올 그녀석!!



part 2.나만의 바우총각이 돼주세요


여기는 Vauxhall station.

먼저 도착해서 짐을 풀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

본머스에서 런던으로 오고 있을 그를 기다리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기다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기다릴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오늘을 기다리느라 안달복달 제니퍼가 얼마나 참기 힘들었는지, 또 얼마나 설렜는지..

아마, 그도 그랬겠지?


그토록 기다렸던 여행이지만 걱정도 많이 된다.

서로 의견이 부딪혀서 싸우지는 않을까,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할 자잘한 이유들로 내가 삐져서 여행을 망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을 하는 동안 불현듯 ‘바우총각과 여우색시’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가 인간이 되기 위해 순진한 바우총각을 꼬여내 결혼하지만, 결국 짐승의 본성을 버리지 못해 인간이 될 수 없었다는 슬픈 전설 말이다. 어린 내가 그 만화를 보고 놀랐던 부분은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기 위해 공중3회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피가 흐르는 생 닭이나 소의 간을 빼 먹던 부분도 아니었다. 여우색시가 여우임이 판명 났을 때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마녀사냥을 하려는 순간 온몸으로 여우색시를 지켜주었던 바우총각의 순수하다 못해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의 순정 때문이었다.


999일간 살을 섞고 같이 살았던 색시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는데,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이용했다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색시를 지켜주었다.

참으로 보기 드문 멋진 총각이 아닐 수 없다.


여행을 하는 동안, 아니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러니까 그와 내가 서로를 사랑하다가 작건 크건 내게 실망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생겨 다시는 나를 보고 싶지 않게 될 때, 나는 그가 바우총각처럼 끝까지 나를 감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시간 후면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그를 볼 수 있다. ‘시험이 생각보다 쉬웠어, 답이 다 보이던데?’ 라고 웃으면서 그가 기분 좋게 내게로 와주었으면 좋겠다.

(시험결과에 연연할 녀석이니까 일단 시험 결과가 좋기를!!)


 

Part 3. 여행 첫째날-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놓치다

오늘 다시 한 번 그에게 놀랐다.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니!

지금은 무사히 RYAN AIR를 타고 3만 피트 창공을 날아 바르셀로나로 향하고 있는 중이고,

평안한 표정으로 그가 내 어깨에 기대 음악을 감상하고 있지만

불과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두 사람 모두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침부터 유난히 늑장을 부렸던 우리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비행기가 이미 이륙을 했다는 것. 그 소식을 먼저 듣고 내게로 오던 그는 속상하고 화가 났는지 가방을 바닥에 내던졌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이내 침착하게 화를 가라앉히고는 그는 공항 한 켠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다음 비행기를 예약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계속 마음에 담아 두지 말자"

고 말하며, 그는 새로운 비행기를, 새로운 돈을 들여…예약했다.


비행기를 놓친 탓에 우리는 람블라스 거리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다. 하필이면 오늘이 또 한 달에 한 번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는 ‘그날’이라,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너무 괴로웠지만 아침부터 이미 진이 빠졌을 그에게 힘들다고 투정할 수는 없었다.

그도 오늘 하루 무척 고단 했을테니까.


새벽녘엔가, 스페인 경찰이 이런 길거리에서 잠이들면 위험하다고 우리를 흔들어 깨웠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우리는 근처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새벽까지 불이 켜 있길래 24시간 영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불행히도 우리가 자리를 잡은 지 30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믿을 만 한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상대는 콜럼버스 동상뿐. 우리는 그나마 믿음직했던 그의 동상 앞에서 다시 또 눈을 붙였다. 와우! 낯선 나라 낯선 곳에서 또 잠이 오는 나라는 인간.

경찰이 여러번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그 바르셀로나의 밤거리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그’가 지금 내 옆에 있기 때문에.

 

Part 4.여행 둘째날-잊지 못할 구엘의 집 바로 옆 펜션

스페인에서의 첫날밤을 람블라스 거리에서 노숙자처럼 지낸 우리에게 하나님이 보상이라도 하듯 좋은 펜션을 선물해 주셨다.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과하지 않은 건, 스페인의 6월은 어딜 가도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우리 같은 가난한 배낭객이 묵을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좋은 숙소를 잡았다.

무려 10 곳이 넘는 펜션과 유스호스텔에서 방이 없다며 거절을 당했던 우리에게 기적같이 그 펜션이 나타났다. 구엘의 집으로부터 불과 5m 떨어진 거리에 자리하고 있던 그 펜션은 유난히 천정고가 높아 마음에 들었는데 한가지 애석했던 건 주인 아주머니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했다.



Part 5. 여행 다섯째날-백패커스에서의 하루

속이 좋지 않다고 바람 좀 쐬고 오겠다던 그가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등이라도 두들겨줄 요량으로 따라 나갔었지만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창문을 열고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그날 저녁 우리는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다.

나를 만나기 이전 다른 여자들에게도 내게 했던 것처럼 이렇게 잘해줬냐며 장난치듯 물었던 것이 화근이 돼 싸움이 났다. 연거푸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한 그가 갑자기 속이 좋지 않다며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를 찾아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걱정하다....잠이 들었다. 


 

Part 6 .여행 여덟째 날-얄미운 그대

스위스 베른에서 바젤에 도착한 첫날.

지금 그는 기차역으로 호스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로 바쁘고 나는 뜨거운 날씨와 무거운 짐에 지쳐 벤츠에 기대 앉아 있다.


마침내 그가 돌아왔고, 우리는 10년 전엔가 본머스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는 인상 좋은 분의 도움을 받아 호스텔을 찾아…………가려고 했으나 되려 그분 덕분에(;;) 길을 잘못 들었다.

그도 바젤에서 오래 살지 않았는지, 아니면 우리처럼 지도에 약한건지, 지리를 구석구석까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도움받는 것을 포기하고 그와 둘이 트램을 타고 다시 헤매었다. 한참을 헤맨 후, 드디어 찾았다. 바젤의 유스호스텔!!


인터라켄에서 묵었던 숙소에 비하면 형편없는 시설이었지만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감사하지 않을 곳은 없었다. 게다가 그녀석도 함께니까!


여행을 하는 동안 불쑥불쑥 이유도 없이 그가 얄미워질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긴 하다. 게임에서 나를 무참히 이겨버릴 때 라던가, 내가 때린다고 똑같이 나를 응징할 때 등등등. 

그 얄미운 녀석 때문에 아주 오랜만에 가난한 여행객 신분으로는 어울리지 않은 저녁 만찬을 즐겼다.

회전 초밥이 먹고 싶다는 그때문에 큰맘먹고 바젤 시내 일식집에 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소심하게 먹고 있었는데. 마침  옆에 계신 스위스 신사 분이 <보기 좋은 예쁜 커플> 이라며 먹고 싶은대로 다 먹으라고 하더니, 우리 저녁을 대신 계산해주셨다.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분이다.

언젠가 내가 그 신사의 나이가 되면 나도 똑같이 영&러블리 커플에게 멋진 저녁을 선물해야지.


예쁜(?) 나의 미소때문에 사주신 거겠지만 (하하하) 그 녀석과 함께 있을 땐 언제나 이처럼 행운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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