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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Dec 27. 2024

공부하면서 짜릿했던 적

<새들은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류시화


◉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뒤를 쫓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다.

◉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찾아 읽는 작가들이 몇 있다. 류시화 시인도 그중 한 명이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 시와 산문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동경한다.


<새들은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는 삶과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51편의 산문을 묶은 책으로 특별한 미사여구와 언어의 낭비 없이 담백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라는 글이 책 표지 뒤쪽에 적혀있었다. 좋은 문구가 많았지만 특별히 내 눈을 사로잡은 문장은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라는 구절이었다.


목적지에 있지 않고, 여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복.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순간 충만하게 행복했던 경험이 있을까?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교육대학원 준비를 위해 학사 편입으로 국문학을 공부했을 때가 떠올랐다.

교육대학원에서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해당 전공과 관련된 선행 학점을 인정받아야 했는데, 나의 경우 상경계열을 전공했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는 학점이 없었다. 방통대 국문과에 편입해 2년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국문학 전공 필수 과목을 이수했다.  


국문학의 역사, 고전의 이해와 감상, 근현대문학사, 한국한문학의 이해, 현대 소설론, 문학비평론, 한국희곡론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과목들을 수강하며

'그래 내 길은 이거지. 진작 이 공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너무 많이 돌아왔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과제와 시험이 있고 성적으로 연결되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수업을 즐겁고 유익하게 수강했다. 어떨 때는 교재에 담긴 문학 작품을 읽다가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짜릿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공부하면서 이렇게 벅찬 순간도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현대문학사'로 김창걸의 <절필사>와 서정주의 친일 작품을 비교해 읽었던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일 이 시대를 살며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 보면서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가들 중에 친일 활동을 한 사람과 끝까지 지조를 지킨 문학인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단편적으로 문학작품만 읽다가 한국 문학의 역사와 문인들의 삶, 국문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국어 선생님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만 조금 더 일찍 나와 잘 맞는 길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린 시절  나는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작가는 가난한 직업"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말에 '아, 이 직업은 별로구나.'하고 금방 단념해 버렸다.

한때는 '기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취재도 하고 직접 글도 쓰고 아나운서처럼 멋지게 소식을 전하는 기자.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를 해야 할 텐데 밤샘 근무는 고사하고 체력이 안될 것 같아 포기했다.

전공을 살려 무역 관련 공기업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해외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서 부모님 임종은 거의 못 본다."는 현직자의 말에 '그럼 안되지.' 싶어 또 놓아버렸다.


늘 그런 식이었다. 간절하게 열망하고 노력하기보다 타인의 말에 팔랑거렸고 포기가 빨랐다. 결국 돌고 돌아 나는 처음 품었던 꿈을 다시 키우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아플 때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를 살게 한 원동력이었다.

글을 쓸 때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여 오래오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생 함께 할 글쓰기 여정에서 의 사소한 기쁨을 발견하고 감사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이 담긴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행복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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